우엉이

일신우일신

voodoo chile 2007. 6. 13. 08:33

日新 又日新

텍사스의 풍경만 놓고보자면정말 이런 말이 제대로 나오기 어렵다.도서관꼭대기에 올라가 사방을둘러보면 지평선에 짙은 초록색으로 뒤덮인 참나무들과 그 밑에 숨어 있는 집들과 띄엄띄엄 서있는 물 저장탑들이 보인다. 첨엔 사막이 아닌게 다행이다 좋아했으나 지금은 차라리사막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고로 동양의 산수화를 좋아하거나 등산이 취미인 사람들은 적응하는데 얼마간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한편으로다른 취향을 길러봄직하다. 가령 소몰이라든지, 말타기, 트럭몰고 달리기,하늘에떠 다니는 새 관찰하기, 가지가지 동네 체육하기,아님 그냥 여기 얘들처럼 웃옷 벗고 뜀박질 등등. 나중에 여유가 있으면 경비행기 타는 것을 한번 배워보고 싶긴 하다.가능할지 모르지만.

오면서 짐이 많을까봐 집에 기타를 두고 왔는데 지금와서너무 후회된다. 혼자서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를 즐겨연주하곤 했다. 그 곡에서길게 울리는 G(솔)음과 B(시)음을좋아한다. 일부러 더 길게 늘이곤 했다.평안해진다.특히나 혼자있으면 더 그런 마음이 절실해진다.내가 가진 거랑비슷한 걸 구입하려면 오백불 정도 줘야되는데선뜻지갑이 열리지 않는다. 그래서 악기상점에 가끔 들러 악기 사는 척하며 연습하는 게 그나마 여기서 기타 만지는낙이다.라디오 채널을 돌리다보면 여기 사람들의 취향도 별 다르지는 않은 거 같다. 블루스나 재즈와 마찬가지로 컨츄리 음악 역시 지리적인, 역사적인맥락이 있는 거 같다. 고로젊은이들이컨츄리음악을 틀어놓고 즐겁게 트럭모는 것도전혀 이상한 광경이 아닌거다.오, [텍사스의 힘]같은 영화 누가 안만드나 몰라...

방학하자마자 보스턴에서 두주간 지내다 왔고 계절학기 들으면서 어느덧 방학한달이 지나갔다.보스턴이 전주라면 여기는 만경 같다.둘 다 도시와 시골의 매력이 있다. 다시 방학기간 동안 Dr. Mitchell의 연구조교일을 하게 됐다. 아이고, 내가 맘에 드셨나보다. 첫 학기때했던 그 복싱관련 문헌을 뒤적이고 있다. 보스턴 갔다왔단 얘길 했더니, 자기도 그 동네를 좋아한단다. 가장 미국적인 도시라면서. 지난번엔 코난 도일이더니 이번엔 Bernard Shaw랑 Hemingway로 옮겨갔다. 오늘 만나서얘기하다가 박경리라는 한국의유명한 소설가가 있는데 그녀가 좋아하는 스포츠가 복싱과 마라톤이란 얘길하면서 그녀가 언급한 둘의 공통점을 말해줬다. 그러냐고, 자신도 마라톤을 좋하한다고,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고 하였다. 내가 기억하는 그녀의 관점은 한마디로 '생명의 꿈틀거림 혹은 의지'같은 것이었다.

나도 운동을 하고 싶다. 우선 많이 걷고 싶다. 보스턴에선 많이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비가 간간이 와서 쌀쌀하긴 했지만 화창한 날엔 걸으면서 볼 것들이 많아서 그랬다. 물론 이모님과 선배 잘 둔 덕에 잘 먹고, 잘보고 온 것도 있다.시내 외에 Hawthorne의 소설 배경인 Salem도 가보고, 그와 Emerson, Alcott이 동시대에 살았던 Concord 유적지도 가보고, Thoreau가 잠시 머물렀던 Walden 호수도 찾아갔다. 기차삯이 조금 비싼게 흠이라면 흠. 도시와 시골의 모습은 한국과 비슷하게 유비된다. 어차피 외국의 도시나 시골에서 이방인이 되는 건 마찬가지다.기억에 남는 건 많지만 다시 이곳에 왔으니 내가 있는 곳을 좀 더 잘봐야 겠다는 마음도 든다. 기념으로 인상 깊게 봤던 그곳의 시립도서관을 사진에 담아왔다. 정말 멋지더군. 정말 고대 대도관의 그 천정높이의 몇배는 되는 거 같다. (연식이는 이런 거 기대하면안된다.)그럼 이제 공부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