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엉이
믿음과 확률
voodoo chile
2006. 8. 8. 09:12
볼일 보러 과에 갔다가 휴가 끝나고 나온다던 과순이 폴렛Paulette은 없고 대신 대학원 주임인 닥터 로빈슨Dr. Robinson을 만났다. 이상타, 며칠 전 첨 봤을 땐 백발이었는데, 다시 보니 엷은 금빛이 감도는 회색머리. 선배들이 잘못 걸리면 끝장이라고 미리 주의를 준 무서운 아줌마 교수님인데 날 보고 생글 웃고 인사한다. Oh~ Mrs. Robinson~ 약간 쫄아서 영어가 버벅거렸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서서 그랬나보다. 아무튼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 찍히지는 말자. 맘이 편안해야 영어도 잘 나온다. 은행갈 땐 정말 술술 잘 나왔는데... 상대가 누구인가, 그 사람이 얼마나 날 편안하게 대하는가에 따라 자신의 말도 제대로 나오는 것일 게다.
어젠 비가 몽땅 왔다. 저녁에 밖에서 운동하다가 황급히 집에 돌아왔다. 집까지 차를 태워준 사람은 육군 대위로 여기에서 물리학을 공부한다. 이성에 관심이 많고 군인치곤 꽤나 긴 머리를 휘날리는 지극히 민간인스러운 육군 대위, 매너는 훌륭하다. 예배 끝나고 차 마시며 얘기하다사격하러 가자는 제의를 받았는데, 담 주로 가자고 넘겼다. 노자가 그랬다, 무기는 상서롭지 못한 물건이라고.
어쨌든 교회 사람들과의 교제는 싫지 않다.
성경책 없이 교회에 나가려니 조금 보기 부끄러웠다.
신앙인의 자세가 되있지 않아 그랬다기 보다는 그 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결례를 범했다는 생각이 더 컸다.
개종한 것도 아니었고무교주의자도 아니었으니 내가 교회에 나간다 해서 그리 자괴감을 느낄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난 이런 상황을 조금 낙관적으로 관망하고 싶다. 언제든 아니다 싶으면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고마움이 앞선다.
파스칼은 신이 있다와 없다는 둘 중 하나의 선택을 내려야 할 상황에 우리가 처해 있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단정 지은 것이다. 그래서 어느 쪽이 더 이득이 되는가를 확률로 따져보자는 것인데, 신이 있다는 패를 택한다면 이긴 경우 모든 것을 얻고 진다해도 잃을 것이 없으니 “주저하지 말고 신이 있다에 걸어라”
그래 올인 했다고 치자, 그럼 그 담엔?
내가 지금 교회에 나가는 상황은 이와 비슷한지 모르겠다. 잃어도 나쁠 게 없는 상황인 것이다, hopeful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