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술은 새 부대에
앞으로 살 방을 알아보는데 선배형이 핀잔을 줬다. 너무 느긋하다고. 그래서방없으면 우짤래~적당히 기민하게, 편하게 사시는 분이라 별 말하고 싶지 않지만 못구하면 다른 방 구하면되는 거지 왜 남 성격까지 뭐라는지은근히부아가 났다.
지금까지 도와준 거 생각해서 참자. 그러고보니 이글 쓰면서 덕본게 여럿이란 생각이 떠올라 내가 잘못한거 같다. 그냥 이런 사람이 있겠다.맘은 진심으로 도와주려 하면서 겉으로는 떽떽 거리는 거, 아니 도와줘긴 해야겠는데 상대 편이 영 시원찮게 나오면 약간 성질 내는거, 뭐 그런 거겠지?
이렇게 비가 오면서 봄날은 가는구나. 사실 방 구하기도 귀찮고 짐꾸리기도 아직 하기 싫다. 마지막 발악을 하자는 건 아니다.
그냥 난이렇다.
지난 주와 이번 주는 예전에 사다놓고 안본 책들이 아까워 여러날을 죽치고 앉아 이것 저것 집어 들고 가끔 술도 마시고 당구도 치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얼굴도 좀 부은 거 같다. 그래도상훈이의 추천으로 청학동에서 맛본 동태찌개는 돈이 아깝지 않았다. 오, 신선하고,양도 듬뿍이었지. 고심끝에 황현산 선생이 번역한 말라르메 시집-poesie-도 사버리고 말았다.일생을 한가지에 바친 사람에게 경의를 보내야한다는 심정으로, 그리고 열심히 공들인 역자의 노고를아끼기 위해서라도.
맑시스트의 서적을 읽으면 가끔 차렷자세가 되는 느낌.
장백에서 누군가 알튀세를 사가는 걸 보고주인 아저씨가 이런 책 보는 사람이 아직 있네라는 말이 기억난다만 , [아미엥에서의 주장], 그니까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그 마지막 글에서 약간 감동 먹었다. passion, 열정과 수난의 느낌이 동시에 다가온다. 왜 정신착란에 빠졌을까? 사진 보면 눈이 잠을 한숨도 못잔 사람 마냥 푹 꺼져있다.
제목을 왜 "새 술은 새 부대에"로적었을까.앞일 앞두고 폼내러?무심코함석헌 선생의 글을 읽다가 저 말을 지나치긴 했다.그런 경우가 있다. 아무 이유없이 어떤 소리가, 불특정한 글귀가주위를맴맴 돌 때. 술 가져와봐
그래도 난 이제 짐을싸야 한다.
그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