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의 산문집을 보면 그는 이 시를 쓰고 대단히 흡족해 했다.
내가 읽어도 어떤 단단함과 절제된 간결함 그리고 폭포라는 객관적 상관물에 대응하는 시인의 결기를 느끼게 한다.
이상하게도 이 시가 내 머리 속에 꽤 한 동안 계속 상기되었다.
나중에 쓴 "풀"과 맞닿아 있다는 내 주관적 판단이다.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사이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순창 강천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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