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에서

1. 치아치료를 위해  거의 매주 한 번 치과에 들른다. 할 수 없이 아내의 강권에 간 것인데, 이제와 생각하니 더 일찍 했더라면 하는 후회가 든다. 물론 긴 의자에 누워 입을 크게 벌리는 일은 결코 유쾌할 수가 없다.  마취 한 다음에 이를 긁어내거나 깎을 때는  온 몸이 긴장하고 오싹해지기까지 한다. 그 날은 어쩔 수 없이 우울해 진다. 허나 다시 오른쪽 어금니가 갖춰지고 음식을 씹게 되니 그렇게 그 일이 소중할 수가 없다.



2. 최인훈의 <<화두>> 1권을 우선 읽었다. 1인칭 작가적 시점으로 관념적인 서술이 많다. 그래서 이게 오롯이 소설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  이북에서의 어렸을 적 기억과 미국으로 이민간 가족들을 두고 자신의 결정을 고민한 부분들이  내용의 주를 이룬다. 작가의 글쓰기와 모국어의 관계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준다. 이런 구절은 재밌다. 


"책상위에 머레이 교수의 소설 <<머나먼 고향>>이 있다....소설 앞에 이 책 속의 사건과 인물은 모두 허구이며 실지와 닮은 경우가 있다면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쓰고 있는 것을 보니 자전적인 내용임을 짐작할 만하다" (283).


 오호라, 작가는 이렇게 소설이라는 이름하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니, 그리고 같은 소설가로서 그 사실을 잊지 않고 독자에게 상기시키는 것은 최인훈 자신이 이 소설의 서두에 이 대목을 적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소설의 부분들은 대부분 사실에 근거하지만 그 부분들의 원래의 시간적, 공간적 위치는 소설 속에서는 반드시는 원형과 일치하지 않는다. 즉 이 소설은 소설이다" (6).


소설이 소설만은 아닌 경우가 있다. 또한 소설과 자서전의 경계가 애매한 경우도 있다. 이건 초기 영국 소설들의 사실주의적 기법과는 다른 맥락이다. 보다는 이런 자서전적 글쓰기에서 자기합리화에 해당하는 진실들(self-justifying truth)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3.  장남으로서 실질적으로는 무능했다던 작가 최인훈의 회고 만큼 나 역시 그동안 그래왔기에 어서 빨리 일자리를 찾고 가장으로서도 책임을 다하기를 바란다. 강의를 더 알아 봐야 하는데 여의치가 않다. 논문을 더 쓰는 것도 일이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그래도 최소한 우리 식구 밥벌이는 해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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