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학기를 마치고
겨울 계절학기 <현대 영소설> 수업에서 Kazuo Ishiguro의 __The Remains of the Day__와 Ian McEwan의 __Atonement__를 함께 읽었다. 두 권 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주인공들이 지나온 삶에서 중요한 기억의 편린들을 특정한 양식에 따라 섬세하게 서술한 소설이다. 전자의 경우, 기억과 진실사이의 틈과 그 복잡한 심리를 다루는 것은 앞선 학기에 읽었던 줄리안 반즈의 __The Sense of an Ending__에서도 다루는 주제였기에 낯설지 않았다. 일종의 "회한"이라는 감정이 전체 이야기의 주조를 이룬다는 점에서도 많이 비슷했다. 보다는 "나"의 성찰과 함께 타인에 대한 공감이 스티븐스 집사의 글쓰기적 고백이라는 유사 서술을 통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내 관심사였다. 어떤 깨달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자신이 평생에 걸쳐 구축한 이념적 세계에 머무른다. 누가 그에게 가차없이 그것이 허위라고 말할 수 있을까? 후자의 경우, 이 소설 역시 한 "memoir" 적 양식을 따른다. 그러므로 특정한 기억들에 대한 해석의 의미를 논할 수도 있지만, 보다 더 중요한 문제로 문학적 상상력과 윤리적 책임이라는 주제들이 부각된다. 묘하게도 지난 학기에 읽었던 Virginia Woolf의 __To the Lighthouse__의 서사구조와 자못 비슷하다. 물론 결말 부분은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이 작품이 더 맘에 들었고 감명 깊게 읽었더랬다.
Briony라는 여주인공의 글쓰기를 통한 "속죄"는 일종의 상상적 해결이다. 이는 "용서"와 구분된다. 물론 그 행위가 자기 기만적("self-serving") 합리화가 될 수 없음은 당연하다 하겠고 화자 스스로 그 한계를 인정한다. 억울한 누명을 쓴 Robbie Turner에 감정이입되는 남학생들이 있었고 나 역시 그러했다. 그는 감옥에 간 후 2차 대전에 보병으로 차출된다. 그리고 자신의 결백을 믿는 연인이자 Briony의 언니인 Cecilia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그녀와의 재회를 학수고대한다. 참, 누가 떠오르더라...1부에서 그가 멀리서 거인으로 묘사되는 장면, 그리고 2부 마지막에서 사경을 헤매는 와중에 자신이 남아서 할 일이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그의 품 안에는 Cecilia가 보내온 W.H. Auden의 시 "In Memory of W.B. Yeats" 쪽지가 있다. 특별히 "In the desert of the heart/Let the healing fountain start"이 언급될 때 아마도 전쟁으로 피폐해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위로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짐작한다. 헌데 소설에선 언급되지 않았으나 그 시의 두번째 파트에 "poetry makes nothing happen"이란 구절을 주목한 이**양이 있었다. 그리고 문학의 그 쓸모없음의 쓸모있음이라는 역설적 의미를 리뷰페이퍼에서 읽게 되었다. 훌륭한 통찰이라 생각한다. 나는 읽다 보면서 이창동의 <<시>>와 <<밀양>>의 스토리를 자연스레 꺼내게 되었다. 당사자가 용서하지 않는다면, 아니 그럴 상황이 마련될 수 없다 한다면, 그 속죄와 보상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 화해의 제스처는 성공적인가? 이 부분에서 여러 학생들의 의견이 나뉘었다.
허구를 통한 환상성이 양면적 의미를 띈다는 것, 그 무책임한 에고이즘의 투사 혹은 망자를 추모하기 위한 상상적 화해, 둘 다 맞는 말일 것이다. 리얼리티에 대한 견고한 이해가 결여될 때 꿈은 한갓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 물론 그것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때론 필요하다는 것 또한 줄리안 반즈나 이시구로, 그리고 Yann Martel의 __Life of Pi__에서 보듯 이미 익숙한 서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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