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아직 연락이 오지 않는다.

매일 기다리는 연락들이 있다.메일을 열어보고 전화를 기다리고 우체통을 뒤적거린다.

언제쯤, 누구에게서 올까?

누굴 떠나보낸 것은 아니다. 내가 떠나기 위해 나를 불러주길 기다리는 것이다.

기다리는 대상은 각기 다르고 내가 취할 행동도 부름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이렇게 기다리는 것이다.

아니다. 나도 준비를 해야 한다. 나를 불러줄 그들을 위해 나도 뭔가 일을 해야 한다.

넋놓고 있을 때가 아니란 걸 잘 안다.

[북두신권]이라는 만화가떠오른다. 다다미 방에몇 명의 남자가 부름을받기 위해 정좌한 모습이인상적이었다.

문풍지로 비치는 빛에 따라 그들의 실루엣이 그려지고 그 말없는 침묵의 고요함에 비장미랄까, 엄숙미가 있었다.

일본얘들은 그런 걸 좋아하나 보다. [무사 쥬베이]에서 그런 포즈를 또 한번 보았는데, 박력이 있었다. 기다림의 미학이랄까나.

일상의 단조로움이 거의 체질화되었지만, 이 무기력에서 탈출해야 한다. 요샌 조금 나아졌다. 기다림의 미학? 무슨 얼어죽을...

길을 찾아야 한다.

[만다라]의 화두. 병속에 갇혀 있는 새를죽이지 않고서 어떻게꺼낼 것인가. 새는 별 생각 없는데, 왜 네들이 날꺼내려고 애쓰냐고 그 새가 화를 낼 수도 있다.새는 병에 있기 땜에 새지, 이 새대가리 같으니라고.

실존이냐탈존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머리로는 대충 이해가간다. 그런데 정작 어떻게 살라는 얘기냐...

에잇, 빨리 면허나 따야지. 잘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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