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행

여행하면서매일 일기를 쓰는 사람들을 따라하고싶진 않았지만잠시 시간이 지난 후에라도 이렇게 적어두는 것이 나중에 그 때를 떠올리는데도움이 되리란 짐작을 해본다.

16일 돌아왔으니사흘이 지난 셈인데 벌써 시간이 꽤 지나간 것처럼 느껴진다.평온한 공간에서 되려 시간의 흐름이 무분별해지는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온갖 사람들을 길에서 만나고 구경거리를 찾아 하루 종일 걸어다녔던 여행지에서의활동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물론 보름 갖 넘은 일정에서 내가 받은 인상들이피상적일 수밖에 없음은 당연한 일.

우선 분명한 건 내 코가 호사했다.그 짧은 시간에 그렇게 다양한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런던이나 파리에서 맡아본 여러향수나 화장품 냄새에코가 간지러웠지만 튀빙엔 시골길에서 맡아본 풀냄새,꽃 냄새, 외양간 냄새등은 아련하기까지 했다, 실로 오랜만이어서.심지어 스위스의 한 호수에서는 비릿한바다 내음이 나기도 했다.

또 한가지 느낀 건 독일어라는 낯선 언어에 대한혼란이가져다 준 어떤 반성같은 것이었다.그 곳에서 나의 방향감각은 온전한기능을 상실했다. 제 2 외국어로 불어를 해서 어쩄든 파리에서는 그럭저럭길 찾는데 큰 무리가 없었지만 영어도 안돼고 불어도 안돼는 곳에서 나는 까막눈이나 다를 바 없었다. 독일어는 차라리 어떤 외계 언어 같았다. 직접 가보니 그걸 알게 됐다. 영어만 잘 한다고 되는게 아닌 거다. 저 사람들의 여유는 영어 습득을 굳이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영우형이 없었다면 나의 독일과 스위스여행은 얼마간 암담했을 것이다.


영우형과 함께 주변 산책을 하던 길에

헤겔과 셸링이 이 냇가에서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저 노란 원통형 건물은 과거 횔덜린이 생을 마감했던 곳이고 지금은 튀빙엔 대학 철학과 건물로 쓰인다고 한다.



닷새라는 시간 내내 영우형이 함께 했다. 감사하고 미안한 감정이 든다. 때론 그의 감정 변화에 헷갈리기도 했다. 철학 전공자와은유적 소통은 조금 어울리지 않는 것인지도.언제나 진지하다.

켈러 비어라는 맛있는 맥주와 마울타쉔이라는 만두를 먹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차를 빌려 이틀 동안 스위스를 돌아다녔다.네비게이터의엉뚱한 지시덕분에 인터라켄으로 직접가는 아우토반을 타지 않고 대신 산과 호수를 빙빙 돌아다녔다. 덕분에 구경은 잘 했지만영우형 고생깨나 했다ㅋㅋ



산세가 웅장하고 물과 공기가 맑아 살기 좋을 것 같지만, 이것도 이틀 간쳐다 보니그냥 높고 가파르단 생각이 들 뿐.

인터라켄에서 바라본 알프스 빙벽



여행 마지막 날,루째른 시의 나무다리 위에서.

다음날은 그냥 쉬고 텍사스로 복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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