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머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영국에서 독일로 가는 행선지의 중간 기점으로 파리를 잠깐 구경하고 가려했기에 나흘 밖에 머물지 않았다. 그러나 그 나흘은 너무나 짧았다.
드골 공항에서버스를 타고 오페라 하우스에 내려 지하철을 타고 예약한 민박집에 찾아가 짐을 풀고 밥을 먹기전 근처를 산보했다.보다는 라파에트 거리에서 지도 보고 헤매였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러다가 생드니 역 근처에서 흑인들을 상대하는여러 가발가게가 있는 곳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저들의 생김새는 미국의 흑인들과 사뭇 달랐다.민박집 아주머니 말씀으로 그들에게 편견을 갖을 필요는 없다고.저녁엔 상젤리제 거리를 걷고 개선문과 에펠탑을 마주하게 되었다.여러 매체로 자주 접한 저 유명한 건물이나 예술품들을 직접 보고, 사진을 찍어 다시 이렇게 기억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옛 선인들이 젊어서 자신이 여행한 곳을 그림으로 그려 나중에그곳에 가볼 수 없게 될 때 그 그림으로 대신한다는 말을 들었지만여행을 끝낸 지금도 언젠가 다시 한번 들러 조금오래있고픈 마음이 든다.단, 그러기 위해선 불어 공부를 더 할 필요가 있다.
사실 빠리는 어려서부터 동경의 도시였다.
[퐁뇌프의 연인들]이란 영화를 고등학교때 본 적이 있지만 무슨 영화인지 이해하지는 못했다. 아무튼 그래도 근처에 있길래 찾아간 다리 주변에는한 무리의 아이들이쭈그려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신선하고 산뜻한 풍경을 보면 눈이 맑아지는 것 같다. 베르사유 궁전의 뒷 뜰 정원이 그런 면에서 압도적이었던 듯 싶다.달리 좋았던 것은 그곳에 가려고 버스를 타다가 보게 된 도로의키 높은 가로수였다. 참 잘 가꾸어 놓았더군.그리고 시간이 하루만 더 있었다면 나도 저 뤽상부르 공원에서 도시락 싸들고 나와 책 한권 펼쳐들고 있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