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자정이 넘었으니 오늘 이사를 가게 된다.
짐꾸리는 일이 더디다. 어쩐지 다른 데로 간다는 게 기분이 별로다.
여기서 3년을 살았고 옮기는 곳은 이 곳보다 학교에서 좀 더 먼 곳에 있다.
사실 이사가는 게 어지간히 신경쓰이는 일이다.
짐을 챙기다가 옛날 일기장을 만지작 거렸다. 집에 두고 오면 가족들이 다 훑어 볼 게 뻔하기에 가져왔다. 실로 오랜 만에 다시 본다. 군대 가서 다시 쓰기 시작한 일기는 복학하고 드문드문하다가 3학년 무렵에 끝나 있다. 읽어도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 일도 있고, 바로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일도 있다. 그 당시 내가 따르던선배와서먹해져 아쉬운 감정은 지금까지 이어져 온다. Hotel California나 Creep 같은 팝송 가사가 적힌 걸보면 피식 웃움이나온다.당시 내가 대학원을 가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진로에 대한 고민도 보인다. 새삼 느끼는 바지만 역시나 나는 누군가를 그리워했고 우울했고 인내해야 했다. 좀 감상적이지?
무엇보다 아득한 느낌이 밀려온다. 아, 20대 초반의 나는 얼마나 멀리 있는가.스물 여덟쯤이었나. 전날 과음하고 일어나려는데 내 몸이 이상했다. 그때 처음 내 젊음의 변화를 감지한 거 같다.
다음 주 수요일 영국에 학회 발표하러 갔다가 영우형 보러 독일에 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