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에 영국에서 열린 쿳시학회에 발표할 기회가 있었지만 비용 감당이 되지 않아 취소했다. 적잖이 아쉬웠다.그런데 얼마 후장학금을 받게 되었으니 빚을 내서라도 갖다 올 걸 그랬나 싶었다. 시애틀에서 열린 MLA 학회에 참석한 건비록 발제는 안하더라도이왕 받은 장학금을나름의미있는 학술 활동에 쓰고자 하는 마음에서 였다. 그래서 지난 주에 그 곳에 다녀왔다. 도착하는 날 밤에 비행기 창밖으로 바라본 시애틀은 화려했다.
다음 날 비를 맞으며 다음 숙소로 향했다. 3월까지 비가 온다고 했다. 길을 찾는데 어여쁜,유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셋이 안내를 해줬다.모처럼 바닷바람을 쐬니 그지없이 상쾌했다. 멀리 산이 보이고 바다와 강이 둘러싼 시애틀은 참 예쁘고 아기자기한 인상을 준다.
도심 언덕 부근에 있는 지미 핸드릭스 동상을 둘러 보았고 근처 악기상한테하드락 카페가1번 애비뉴 근방에 있다길래걸어 내려오다 public market을 마주하게 되었다. 길을 알려줬던 그 여인네 셋을 빵집에서 다시 보게 되어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지미 핸드릭스의 무덤이 교외에 있다는데 시간이 나지 않아 가보진 못했다.
생선을 파는 가게들은 한국에서 보던 모습과 별 다를바가 없지만 텍사스에서는 볼 수 없는 진경이다.
사실 학회 기간 내내 매 세션마다 귀동냥 가느라 많이 둘러보진 못했다. 대신 근 5년만에 미시간 대 교수가 된 예전 알던 누나를 만났고 보스턴에서 공부하는 동문 선배와 이 곳에서 공부하는 다른 유학생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많은 세션들 중에서 새초롬하게 생긴 눈에 띄는 한 중국계 여교수가 있었다. 무척 영민한 인상이었고 내가 논문 쓰려는 것과꽤나 비슷한 분야를 공부하는 것에 반가운 동시에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음, 역시 오길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학회장인 러셀 버만의 말처럼 고립된 공부를 하는게 아니다. 그의 연설은 요즘 미국에서 일어나는 인문학과 대학의 위기를 성토하는 것이었다.토요일에 프레드릭 제임슨은 평생 공로상을 받았고 모두가 기립 박수를 보냈다.그의 연설은 희망에 가까웠다. 그 둘의 교차가 하나의 희비극이다.생각보다 목소리에 힘이 있었고 또 친절했다. 리셉션 자리에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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