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봄 혹은 초여름에


내 나라를 두고 다시 방문한다는 말은 조금 어색하게 들린다.남이 내 집을 찾아오면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내 집을 내가 찾아가는 데 방문한다는 말이영 이상한 것처럼. 하지만 어쩌랴, 내가 여기 미국 동네에 산지도 어느새 다섯 해가 지나간다. 가기 전부터 일부러사람들 보러 멀리찾아가지 않고 대신 집에 계신 부모님과더 함께 시간을보내려 생각했다. 그렇게 하고 싶었다.한 달이라는 시간이매우 짧았기 때문에.비자를 갱신하고 선생님을 찾아 뵙고, 여기에 오는 후배를 만나고, 이 곳 출신 커플이결혼하는 일이 지난 달 말에 연달아 있어 그 때 서울에 잠시 갔고, 그 이후로 쭈욱고향에 머물렀다.왔는데 연락이 없다고 서운해 하는 지인들에겐 양해를 부탁했(한)다.

겨울에 왔을 때보다 늦은 봄 무렵에 오니 우선 나들이 하기 좋았고 근처의 산과 호수가 있는 월명공원을 찾아가는 일이 좋았다.가로수에서 클래식음악이 흘러 나오니 걸으며 듣기 좋더라. 밤에 석범이와 찾아간 은파 호수도 중간에 다리를 놓아 많이 세련되졌다. 영어 선생이 된 막둥이가충남 한산의 한 고교에 근무하길래 심부름으로 찾아갔는데 군산과 그리 가까이 있는지 여태 몰랐다. 이모들을 뵈러 전주와 김제에 들렀다가 중간 중간에 외국인 둘이 "이 차 김제가요?"라고 능숙하게 한국말로 물어와조금 놀라기도 했고. 오랜 만에 얼굴을 보니 이모들이다들 내가 늙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 귀염둥이가벌써 서른 후반이라는 게 믿기지 않으셔서 그런가 보다. 그러나 두해 반이 지난 후 부모님의 모습을 뵈니, 마음이 조금 서글퍼졌다.세월의 어쩔 수 없음이란..난 뭘 고생하고 왔다고 어머니한테 이것 저것 해달라고 조르기만 했다.

다시 미국에 돌아왔지만 어째 그 곳의기억과 잔상이 이번엔 꽤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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