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이 일요일이어서 전날에 내 통장으로 한달치 생활비가 입금되었다.
드디어 여기서 학교 덕보며 사는구나 라는감격의 기분을 맞이하고자 뭔가 이벤트를 생각하였다.
하지만 주말이 주말 같고 평일이 평일 같아야 말이지, 요일 구분 없이 수업 교재 읽고 때 되면 밥먹고 피곤하면 자는 일의 연속이라통장에 돈이 들어온 것만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제대로 된기념을 못하였다. 사실, 전날 입금 되리라고 생각치도 못하였다. 그래도 그 날은 온 것이었다.
감사의 기분이 든다. 누구에게 가장 크게 감사해야할지 모르지만, 생판 모르는 나를 여기로 불러서 공부시키고 생활비까지주는 이 학교에 먼저 고마움을 느낀다. 물론 내가 조교일을 한 댓가로 볼 수도 있지만, 그럴 기회를 갖는 것이 누구에게나 오는 것은 아니기에, 겸손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겠다.
참,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궁금할 것이다.
Research Assistant, 순수한 의미에서연구 조교를 한다.한 분은 멜빌 전문가로, 내가 맡은 일은멜빌 관련 논문 검색, 문헌 정리, 그리고 그 양반이 마무리 짓고 있는책의bibliography정리작업을 돕고 있다.400페이지 가량 되는 원고랑 MLA 핸드북으로 노가다를 한다. 다른 한 교수는,문학 작품에 나타난 복싱을연구 중이다. [A Classical Dictionary of Vulgar Tongue]이라는 18세기 영국 사전을 뒤적여 복싱 용어를 골라내고, 코난 도일이 쓴 [Rodney Stone] 이라는 작품에 그 용어의 쓰임을 찾아내는게 이번 주까지 내 일이었다. 재밌지 않나? 이 양반 전공은 고대 영어다. 70이 다 된 할아버지지만 대학생일때 아마추어 복싱선수였고 지금도 복싱을 즐겨보고,영화 <챔피언>의 김태식 선수를 알고 있다.일하는데 불만은 없지만 첫학기니까 잘해야한다는 마음에 약간 초과 시간을 투자하는게부담이 되긴 한다. 하긴 이 두 할아버지들의 일 욕심도 만만치 않다.
월급 탄 날 한국에 있었으면책방에 들러보고, 음반도 구입하고, 술 한잔도 마셨을 것이다.
여기서 할 건 그다지 많지 않다. 허투루 돈 쓸 일은 그만큼 없는 셈이니 굳는 돈도 생길 것이다.
하긴 여유 시간도 많지 않고 가볼 데도 그리 없는 시골에 있어 그럴 수도 있다.
그래도 주말에 내 방짝이랑 근사한 식당에 찾아가련다.
어쨌든 기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