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다보니 오랫동안 블로그를 방치해놓고 지냈다. 근황이 궁금한 이가 몇 있었을 터, 손 빼고 다른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그렇게 지낼 수 있음을 양지하시길. 아무렴,잘 지내고 있소.
두 번째 맞이하는 이 곳의 가을은 대체로 화창하고 아침 빼곤 포근한 편. 지난 주엔 워싱턴 파크라는 전형적인 미국식 목장에 다녀왔다. 점심을 먹고사람들과 함께 호두 비슷한 열매를 주워왔는데 그 열매 이름이 뭐였지? 피칸이었나.
몇몇 사람들은 나보고 느긋해 보인다고 하는데,속마음은 모르니까 그런 말을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또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 거 같기도 하다.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그러나 무책임한 여유란 없다. 지난 학기와 비교될 정도로 뻑뻑한 일정을 지내고 있지만 누가 인정해 주고 아니고 할그런 일들이 아니다.결국은 내가 선택한 것들이니까.주위 사람들 역시 바쁜 사람들이어서 별 티내도소용없겠지만 무엇보다 내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란 생각과, 뭔가를 배우고있다는 만족감이 앞선다. 자랑하자는 게 아니다.
열중하게 되면여기에 글 쓸 일도 줄어들지 모르겠다.그러나 무언가를 써야한다는 마음은 계속 남아 있다.다만, 굳이 이 공간이어야 할까에 대해서,이 블로그에 어떤 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옳은지 조금 회의가 든다.
오늘은 수업이 있어 점심을 일찍 먹고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다따스한 햇살이 좋아 천천히 페달을 굴렸다. 같은 길이라도 시간이 언제인지, 갈 때인지 올때인지에 따라 조금씩 느낌이 다르다. 유유자적한 삶이뭐 따로 있나, 이렇게 천천히, 시간을 음미해가며 몸을 움직이는 게기분 좋은 한가로움이다. 저녁 무렵에 돌아올 땐석양이 지는 모습을 보는데 제법 이채롭다. 푸른 색, 연보라, 주황색이 겹으로 포개진 하늘을 보면 예전 학교 앞 제본집에서 찾아온 책의 색깔 무늬가 이런 하늘 빛을 따온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 원래 저런 것을 내가 여태 모르고 살았나 하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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