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어느날

교회의 모집사님과 그와 동행하여 운전을 하던 박사과정 다른 한분이 엊그제 운명을 달리했다. 달라스에서 열린 취업 설명회를 같이 듣고 오는 길에 일어난 사고였다. 열 아홉살 먹은 미국 청년이 몰던 차가 가운데 차선을 넘어 추월을 시도하면서 마주 오던 차가 이를 보고 급히피하자뒤따라오던 차와 정면으로충돌했다고 한다.그 미국 청년은 네 사람의 한인 사상자를 내고 자신도 세상을 떠났다.

오늘 교회에 차려진 빈소에 다녀오고 추도 예배를 같이 드리고미망인을 뵈었다. 두 아들은 어디 있는지 보이지않았다.

이 타운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날씨마저 매우 흐렸고 이 글을 적는 지금은 비가 온다.

그들의 죽음이 참으로맥락없고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교인이라해서어떤 섭리적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지금의 내 기분과생각에 별로 맞지 않다.짧지 않은 유학생활을 다 마쳐가는 시점의 사고여서 더 안타까운 건 있지만 이제 와서 그런 걸 따지는 건그냥 속되보인다. 어제 그 소식을 들었을 때죽음,그 말이 가져오는어떤 꼼짝 못함앞에 잠시 멍했고 유족들에 대한 연민과 함께그 미국 청년에게욕을 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을 뿐이었다. 사실 블로그에 이런 얘길 하고 금기어에 가까운 말을 적는 것도 그리 달가운 건 아니다. 물론 읽는 당신도 그럴 터이다.

가끔 길을 가다보면 죽은 동물들이 길 옆에 널부러져 있다. 차와 부딪혀 죽은 것들이다.그래서 자동차라는 문명의 이기가싫어지는적이 있다. 젊은 얘들이 다찌 트럭을 몰고 쌩쌩지나가는 것을 때때로보게 된다. 부모들이 사준 거겠지만 저렇게 덩치 큰 차를 혼자 몰고 다닐 필요가 있을까. 버릇없고 교양없는 녀석들을 보는것처럼 불쾌해진다. 아, 텍사스에 대한 삐딱한감정의 혼합과 투사는 자제하자.

여기까지 와서 누군가를 문상할 줄은 몰랐다.

인간의 오복중 하나가 고종명(考終命)이라 했던가. 제대로,잘, 오래살아야 한다. 그리고 적당한 빠르기와 느림으로 살자.

고인들과 유족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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