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sville, Rice 그리고 Austin
아흐레 가까운 봄방학이 오늘로 끝나간다.처음엔 미진한 공부를 좀 해야겠다 싶어 이 책 저 책좀 봐야겠다고 작심하였으나, 뭐 역시나 예견한 대로 도로아미타불이 되었다.그래도어디 간다고 할 때 가줘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거 같았고 정말 그러했다. 안 그러면 내가 또 언제 어떤 기회로 가볼 수 있겠는가 말이지, 이 드넓은 땅에서.
그러나여정 끝에 이곳 칼촌리에 오면 맘이 편안해지는 건 사실이었다. 집이란 그런 거다.
먼저Huntsville 근처에 교회사람들과 함께 다녀왔다. 카누를 타보았는데 첨 자전거 탈 때 비슷한 신기한 느낌이 와닿더군.짐과 허크 흉내를 함 내봤다. 참, 뗏목이었던가?^^;;
Forest Glen Christian Camp, 20070312
그리고 다른 날엔 윤혁이랑 휴스턴에 소재한 '남부의 하바드'라 불리는(웃기지만 이런 명칭을 가진 학교가 몇 개 더 있는 것으로 안다) Rice Univ에 구경갔다. '쌀대학'이라 해서 정말 쌀이 무슨 학교 상징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설립자 이름이 Rice다.고풍스런 학교 건물도 그렇지만 특히나도서관이인상적이다.3층에 소재한 예술 관련 분야의 많은 악보와 화집 및 서적들을 보고 놀랐고 그 중에 Gertrude Stein을 그린피카소의 그림을 비롯하여 그녀의 일상을 담은 사진들을 모은 책을 잠시 훑어 보았다.사방 벽에걸려있는 그림들과 연통 난로가 보이는, 검소한듯 하면서도 실은 귀족적인 거실 사진이 기억에 남는다. 팔레스타인에서 왔다는 Ala라는 인류학 전공자와 잠시 얘기를 나누기도 하였다. 여자 친구가 유태인이라 했고이스라엘과의 분쟁에서 민족주의와 폭력의 선동에 대해 분명한 거부감을 표시했으며한편으로 자신들의 3000년 역사를 무시한과거와 현재의열강에반감을 표하였다.아래 보이는건물자체가 제국주의적 양식이라고 말했다.
LovettBuilding,20070314
아직 속단하기 이르지만, 라이스대학이나 오스틴 시의 건축물들을 보면서 내가 받은 인상은정말로 미국과 유럽이 같은 정신 세계에 속한다는 것이다. 아니면그만큼 유럽을 모방하려는 미국인들의 모습에 새삼 놀랐다고 해야겠다. 하긴 내가 유럽을 둘러보질 못했으니 이 말도 그냥 짐작이다. 오스틴 주 청사에서카우보이 동상도 보이고 남북전쟁에 쓰였는지 모를 대포 유물도 보이지만 함께 서있는유럽 양식의 건축과 조각들이 묘한 대비감을 준다. 잠시 텍사스 대학을 둘러보았고 저 탑 위에 올라가 시내를 둘러보기도 하였다. 보청기를 끼고 빨간 모자를 쓴 어정어정 걷던 할아버지와 아직 정정해 보이는 할머니 그리고 나이든 딸이 우리 일행에 끼였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저 탑을 내려올 때 그 할아버지가 딸 손을 꼭 쥐었다. 난 잠시 외할아버지 생각을 했다.이 날은 날씨가 좋았다.
UT Tower, 2007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