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지 스테이션이 자그마한 시골 동네라서 조금만더 큰 도시에 가면 마치 촌놈 된 기분이 든다.5개월 만에 찾아간 달라스에서 그런 기분을 느끼며 중국집을 찾아갔다. 하긴 달라스나 휴스턴이 큰 도시이긴 하지만 서울과비교하면 택도 없다. 하지만과거유럽식 건축과현대식 고층 건물이 조화를 이룬세인트루이스는 그 둘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고풍스럽고적당한 규모의 웅장함을 주는 건물들은 내가 텍사스에서는 보지 못하였던 것들이다.나는 이런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 건물들이 있고 아담한 거리가 있는 곳이좋다. 서울에서 살 때 정동 같은 곳이 그랬다.
여기엔 Intervarsity라는 모임이 있어서 일행과 더불어 찾아가게 되었다.전날 오클라호마의 농가에서 아는 분 댁에 묵었는데지리를 몰라 밤중에 마중 나온 주인집 차를 따라가게 되었다. 헌데 너무나 한적한 시골길을 차 세대가 나란히앞뒤로여기저기 가다보니 이건 뭐 밤중에 누구 납치하는 영화 속의 한장면이 따로 없더구먼. 우리 일행에게 잠자리를 제공한부부는 우리 학교 출신의 캠퍼스 커플로 한 분은 오클로호마 주립대 교수이고 아내는 한국인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했다. 땅이 40 에이커랬나? 그리큰 편은 아니라고 하던데 남편은농사에 별 신경 안쓰는 거 같고 부인 혼자서 마늘을 주로 (시험 혹은 실험 삼아) 재배한다고 들었다. 노는 땅이 많다지만 그렇게 땅이 남아돌아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아, 미국의 광대함은 아직 가늠할 수 없다.
다음날 하루 종일 차를 타고 달려 이 곳에 도착해 여장을 풀고 바로 모임이 있는 곳으로 갔다.지명이 프랑스식이라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주 깃발 역시 그 삼색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세인트 루이스는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야구를 통해 제일 먼저들어본 도시이다.잘 알다시피 작년월드 시리즈를 우승한팀이 바로Saint Louis Cardianls이고, 과거 김성한 선수의 오리 궁둥이 타격자세랑 비슷한 폼을가진 장타자 앨버트 푸홀스, 그리고거의 완벽에 가까운3루 수비에 타격 또한 일품인 스캇 롤렌이 (얘는 홈럼치면 환호하는 기색도 없이 그냥질주한다) 인상에 남는다. 밤비노의 저주를 받았다는 Boston Redsox에게 자신들의 안방에서 우승컵을 내주는의식을 치룬 것은2004년인 것으로 기억한다. 데이빗 오티즈의 한 팬이 되었지, 그때 아마.그 당시경기장 옆에 있던커다란 아치건물이 눈에 띄었더랬는데 직접 가서 보게되었다. The Old Courthouse를 배경으로 촬영.
이곳에서닷새 동안 머물면서각지에서 온 여러 사람들을 만났고 나 자신, 지나온 삶을 짧게나마 돌이켜볼 계기를 갖게 되었다.여러 이벤트가 있었지만 몇몇 장면들이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일본에서 온젊은이들과의 만남도 의미있었고, AIDS퇴치를 위한아프리카 왕족의 연설이나 스리랑카목사의 설교, 보노의 호소도 있었지만, 더 강렬했던 건한 인디언이 전통의상을 입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춘 것이었다.이제 아메리카 인디언의 모습이 저런 전통춤으로 밖에 남아 있지 않다는약간의 슬픔 감정이 일었고, 한편으로 그 춤과 음악에 지극한 경건함이 느껴졌다. 왜 당신은 광대마냥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살풀이 춤 비슷한 것을 추어야 하나? 내가 지난 학기에 RA를 하면서 했던 일 중의 하나가 미국 인디언들의 사진을 모으는 것이었는데 양복을 입은그들의 어색해하는 모습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이주나 여행을 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자신의 위치를 재점검하게 하는 것 같다. 아마 루시디나 사이드가 말했던 이주자의 삶이라는 것도 그런 맥락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겠지. 여전히 떠오르는 나의과거, 나의믿음, 나의 사람들이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삶 속에서내가 어떻게 지내야 할지 새로운 생각과 결심들이 생겨난다. 내가 여기에 온 뜻을 알게 될 날이 올거라 믿네.
돌아오는 길은하루로 족하였고 우린 평균 시속 140Km로 15시간 차를 몰았다. 그리고 다시 달라스에 들러 다시중국집을 찾아갔다. 지극히 평화로와 보이는자연과 대평원,따뜻한 햇살을 마주보는 초원 같은 집이 미국의 중부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이다.창밖으로 비치는 보름달과 별들을 바라보며 간간히노래를부르고집에 돌아왔다.아니다 다를까, 어떤 안도감과 편안함을 느끼며.
밤하늘 위로 새해 첫날을 기리는 폭죽이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