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방학에 느끼는 아쉬움



파란 블로그 모양새가 이상해져서 할 수 없이 여기 저기 장식을 하게 되었다.그래서 같다 붙인저 위의 무희는 세일럼의 한 그리스 식당에서 보게 된 것. 실제로 누굴 보고 그린 것인지 모르겠는데,저 여인네의 치마 자락이 마치넘실대는 파도 물결 같다

우선적으로 할 일이 딱히 없어 보이니 이것 저것 기웃거리게 된다.

인터넷으로 영화도 보고 책이랑 논문도 간간히 읽고 요샌 케이블로 여러 잡다한 프로그램을 본다. 그 중에 베링해 근처에서 킹크랩을 잡는 어선들의 다큐멘터리가 인상적이다. 거센 파도를 무릎쓰고 잡아 올린 저 수많은 킹크랩을 언제 한번 먹게 될 날이 올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잡아 올릴 때 마다 한마리 한마리 치수를 재고 개수를 세어보는 걸 보면 분명 비싼값에 팔리겠다는 짐작이 든다.

멕시코에서 공부하는 지인의 연락을 받고 나서 유학생의 비슷한 처지를 떠올리게 된다. 심신의 건강을 유지하는 일이 결코 소홀치 않을 것은 분명할 터. 그 친구도 내가 느끼는이 적적함을분명 가지고 있는 듯 하였다.

사실 내가 여기서 생활하면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다고 봐야겠다. 차가 없을 뿐 어디든 돈과 시간의 여유만 있으면 가 볼 수 있고사람들과어울리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같은 학문 공동체에 있더라도 어떠한 결속감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유학생 처지에 있더라도 어떤 대화의 장을 마련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내가한국의 모교에서 느끼던 평온함과 즐거움은 여기와서 훨씬 덜하여졌다. 아마도 인강반 사람들에게서 느꼈던 동료애는 특정한 시공간에서 가능하였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공동체 뿐만 아니라 나는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와 토론에서나의 부족함을 채우고학문의 지평을 넓히는 체험을 여러 번 하였다라고 자부한다. 오히려 내 전공이 아닌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지적 자극을 많이 받기도 하였다.

아마도 미국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는 한국인 숫자로 따지면 손에 꼽힐 이 곳에서 나는 어떤 어색함과 적막감을 느낀다.물론 학기마다 여러 번술자리를 가지면서 삶의고달픔을 함께 위로 하기도 하고, 방학 때면 여행을 같이 가는 사람들이 있으며 자녀를 둔 부모들은 놀이 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지고 있기도 하다. 새로 신입생이 오면 서로 캐어를 해주고 이사를 가면 품앗이를 해가며 도와준다. 이런 것에 불만을 가질 리 없다.

생활하는 측면에서 불편한 점을 그리 크게 못느껴서 이런 유감에 가까운 소리를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뭔가가 빠졌다고, 한국에서 공부할 때와 다르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공부를고독하게 하게 되었다는사실에서 비롯 된 거 같다. 혹자는 여친이 없으니 그럴 것이라 얘기하지만조금 맥락에서 벗어난 소리다.때로 권태를 느끼고 당장 내일까지 발제문이나기말 페이퍼를 제출해야함에도긴장감이 크게 들지 않았던 것은 공부에 대한어떤 긴박감과절실함이나도 모르게 빠져나가서 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공부를 혼자 한다고 하지만 나를 이해하고함께 대화를 나눌 사람이 잘 눈에 보이지 않을 때 맥이 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단조로운 이 삶 속에서 그 지인의 말처럼 한번쯤 내 스스로를 침잠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가시적인 것에그리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보다는 몇몇 그리운 사람들이 있다. 제대 후 학부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학원 시절을 함께 한 사람들과의추억, 그리고그들에게서 얻은 배움이 참으로 소중하고 지금까지 내가공부할 수 있게 하는든든한 자양분을주었다는 사실을다시 되새겨 본다.이것이 내가 유학 2년차에 느끼는 소회다.

이제코스웍을 마쳤으니 다음 학기 부터는 다시 논문을 준비하는 모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즐겁게 하고 싶다. 석사 논문을 쓰면서 느꼈던 그 짜릿함을 다시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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