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그리고 일상

지난 3월 말에 인디애나 대학에서 열린 영국 여성 작가 학회(the 16th British Women Writers Conference)에 다녀오게 되었다

총 3일에 걸친 학회 일정이어서 오고 가는 일정까지 합쳐 도합 5일을 그 곳 블루밍턴에에 체류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내 글을 가지고 발표하는 첫 공식적인 학술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라서 조금 긴장감이 들기도 했지만 대체로 무난하

게 한 듯 싶다.하긴 여행가는 심정으로 간 것이라 조금들뜬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른 한편으로 기대하고 궁금했던

것은 도대체 학부 때 [제인 에어]와 함께 읽었던 [다락방의 미친 여자]라는 글을 쓴 그 수잔 구바라는그 곳 교수가어떻게

생겼을까, 음대가 있는 곳이라던데 학교 캠퍼스는 어떤 분위기일까이런 것들이었다. 전자에는 실망했고 후자에는 과연

이라는느낌이 들었다.자신의서명이 들어간찻잔을 기금 마련한답시고 판다고 하는 모양새가 조금 우스워 보였던 것이다.

조금 느끼하게 자신의 명성을 과시하는 폼을 다른 여러 소위이름난 교수들에게서 찾아 보는 것도 조금 코믹했다.분야가

그래서인지 백인여성 교수들과 학생들이 많았고 아마내가유일한 아시아계 남성이었던 듯 싶다. 그러고보니 거기 대학원에

재학중인 교포 학생을 보긴 하였다.이런 학회가 있으면 대학원생이 잡일하러 불려나가는 건 한국과 조금 비슷한가 보다.

아무튼예전 기말 페이퍼로 조지 엘리엇에관한글을 쓴 게 있어서 거의 공짜로 이런 곳에 오게 되었으니, 오패럴 교수

에게 감사할 따름이다.먹고 자고 한 저 IMU건물은고대 본관건물이랑 조금닮았다. 좀 더 따뜻할 때 오지 못한게 유감이라면

유감이었고 역시나 적지 않은 한국 학생들을 마주치게 되었다. 피상적인 소감이긴 하나 블루밍턴은 인디애나폴리스보다는

평온하고 아담하며 길거리에 흡연자가 눈에 띄는 도시다.






그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수업을 따라가고 애들 채점을 하고, 세금을 돌려받고, 운동을 하고, 틈틈이 기타연주도 하

고,고흐화집을 쫙 펼쳐놓고 시시때때로 쳐다보기도 하고. 뭐 이러고 지낸다. 최근에 베이스 기타를만지게 되면서음

악을 들을 때 베이스 음을 주의깊게 듣게 되었다.음, 저음의 매력을 새삼 깨달았다고나 할런지. 그리고 때때로 이모가 전

화를해오셔서 여자 친구는 안만드냐고 물어본다. 이 동네를 와보셔야 할 텐데..

지금은 미학 수업 관련 책을 읽고 있다. 존 듀이라는, 예전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던그 실용주의 철학자의 미학 서적을 읽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20세기 초반에 나온 강연 저서임에도 여러모로주의 깊게 볼 점들이 많다. 헤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고 하지만 그 외 당장에 베르그송, 메를로-퐁티, 그리고 가다머의 논의와 비슷하고 견주어 볼 점들이 눈에 띈다.

아무튼 오늘은 기말 페이퍼를 준비하다가 밖에 나가 사진을 찍게 되었다. 날씨가 화창하여 방짝이밖에 나가자고 했던 것이

다. 그래서 이런 사진이 나왔다. 이렇게나마 나의 안부를 여기에 전한다. 그럼 다시 이번 학기말도잘 마무리 되길 기원하며.



20080419 by 윤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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