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강반과 나와의 인연은 아도르노를 함께 읽으면서 시작했지만 처음 발제를 맡게 된 건 그 다음으로 읽은 로버트 단턴Robert
Darnton의 [고양이 대학살](The Great Cat Massacre)에서였다. 철학책을 읽고 난 다음이어서였는지 이 책을 가벼운 맘으로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18세기 프랑스의 일상 생활에 대한 분석이나 민담에 대한 사례연구, 바흐친의 카니발적 전복 개
념을 끌어오는 것은 어느 정도 당대의 학구적 분위기를 수용한 것이겠으나 무엇보다 인강반 사람들의 여러 다른 학제적 접
근을 가능케 하는 어떤 매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게 벌써 8년전의 일이다.
그 저자가 어제 Cushing 도서관에 와서 강연을 했다. 그리고 나는 프랑스 대혁명을 전후하여 궁정인과 유명인사들이 관련된
추문과 중상모략을 팔아먹으려는 당시 출판 인쇄업자들의 이야기를 한 시간 동안 듣게 되었다. 그는 매우 성실한 태도로, 간
간이 유창한 불어 발음을 곁들여 준비해온 원고와 그림을 설명했다. 어차피 저자를 만나서 무슨 대단한 감격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므로 끝나고 바로 나왔지만 살짝 기분이 유쾌하여졌다. 미국의 교수들에게서 종종 느끼는 어떤 풍모랄까, 분위기 같은
게 있다. 진지함과 유머를 둘 다 미덕으로 여기는 분위기에서 볼 수 있는, 소탈한 모습이 있다.
'우엉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가한 방학에 느끼는 아쉬움 (0) | 2008.07.06 |
---|---|
학회 그리고 일상 (2) | 2008.04.20 |
Bertolt Brecht: ''''Der Zweifler'''' (''''The Doubter'''') (0) | 2008.01.08 |
Eternity and Immortality (2) | 2007.12.24 |
가을 하늘 (3) | 2007.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