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기는 언제입니까?"
내가 어제 말하기 시험에서 받은 질문 중에 이런 게 있었다. 물론 다른 것도 있었는데역사적인 한 인물과 만난다면 무슨 얘기를 할래요? 그 사람은 누구죠? 등등. 난Jesus라고대답했다.ELPE 시험이라는 게 있어 작문, 독해, 말하기 각 부분에서 80점이 넘어야 여기 애들 티칭하는 자리를 준다. 가장 행복했던 때라, 생각만 해도 달콤하지, 하하. 난 조금 멋적은 표정으로, 약간 웃음이 나오면서,할 수 없다는 듯이, 마치 고백하는 심정으로, 또 그 옛날 얘기를 잠시 읊어댔다.때는 바야흐로 내가 대학 초년생이 되어벚꽃이 만발하였을 쯤이었단다,어울렁 더울렁~
사실 행복하다고 말했지만 이젠 그만 떠올렸으면 하는 기억이기도 하다. 애써 기억해 낸 게그거라니... "가장"이라는 말도 이럴 땐 조금 난감하여 그렇게까지 의미부여를 해야하는지망설여진다. 아무튼 과거는 과거다.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요마는~"이라는 가사도 있잖아. 그럼 내가 불행하냐? 그렇지는 않은 거 같다. 옛날 희랍인들이 행복의 조건으로 아타락시아ataraxia(부동심 혹은 고통이 없는 상태)나 아파테이아apatheia(무정념) 같은 말을 써가며, 무엇이 없으면 그 반대가 실현되는 것으로 정의했지만 행복한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해서 불행하다고 말하면 그건 조금 맞지 않는 거 같다. 언어의 한계다. 벤야민의 글에서 읽었던 바, 횔덜린은 행복한 신은 운명이 없다고 하였는데, 운명이 없다는 건 그 운명이 결부시키려는 죄와 불행을 겪지 않는다는 말도 되지만 한편으로시간의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말도 되겠다. 시간이 매개되는 기억이 행복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시간의 흐름을 생각하지 않고 행복을 생각할 수 있을까? 현재의궁핍하고 곤란한 처지에서 과거의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것 만큼 불행한 일도 없다는 말(단테의싯구로 기억)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행복이 무엇일까에 대해지금 떠오르는 것은 동성 형과의 대화이다. 시간과 관련된 얘기는 아니다. 지극히 올바르고 상식적인 말인데도 그런 말을 해 준사람이 주변에 없어서인지 형의 얘기만이 기억에 남아있는 거 같다. 굳이 경쟁하려 하지 않고, 자신의 나이에 맞게 사회에서 주어지고 내가 찾을 수 있는 그 직업을 좇아 살고, 제도권의 공부가 중간에 맞지 않아 다른 일을 하더라도 미련을 갖지 않을 수 있는 마음가짐. 어쩌면 대학원 생활이내가 성인으로 자라나는데지장을 줄 수도 있다는 말. 형은 게리 스나이더로 석사 논문을 썼지만 꼭 그시인의 영향때문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그런마음의 자세가 전부터있던 사람이라 믿는다. 그런 형의 모습이 자유로워보였다.
마음의 평정을 지속하려 한다.그런 점에서 고대 희랍인들의 생각이 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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