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해바라기

나는 그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그리는 재주도 없고 보는 눈도 없다. 어렸을 때 [우리 이발관]이란 곳에서 시선을 고정시킨채연두빛 톤의 풍경화와 정물화 그림들을 본 게 나의 첫 그림 관람이라고 해야 할지...참 묘하다, 그게 간접적이나마나의서구체험의 시작일지도. 어느 서양 시골마을의 풍경, 그리고 우리 땅에서 볼 수 없는 과일들과 주전자의 조합.어머니가 사다 주신동화책의 그림들을 다시봐도 반가울 거 같다.나같은 문외한에게도 가끔 눈이 멈추어지는 그림이 있는데거기에 작가의 어떤 사연이나 인생사를 알고 나면그 그림에 더 애뜻한 감정을 갖게 된다.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그의인생과 따로 떼어놓고 들을 수 없는 것처럼.4악장에서의 그 현란하고 질풍노도하는 듯한 중간 기악 파트에어린 베토벤이 달리는 영상을 유투브에서 인상 깊게봤다. 작품 앞에서 인상비평을 하지 말라는 거, 속으로는 다 한다. 밀밭을 그린그림과 이 해바라기 그림을 보고 난 후 그 전시실에서다른 곳으로발걸음을 쉽게 못내딛였다.보고또 보고 다음 날도 와서 보고. 애전이달승 선생이 이거랑 세잔의 풍경화 슬라이드를 띄어 놓고 아무 말 없이 한참을 가만히 보고 있었더랬지. 경상도 사투리에,맨날 입는 것처럼 보였던녹색 마의를 걸친,꼴뚜기집에서 막걸리를 즐겨마시던 양반, 제가 당신 앞에서 잠시 까불었던게 좀 부끄럽네요. 그래, 무슨 말이 필요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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