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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09.29 의미의 전달
- 2015.09.02 손택수--내 시의 저작권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1
- 2015.08.26 "After Bamiyan" and after Palmyra
- 2015.06.28 ..
며칠 전 김제에 사는 사촌동생이 나에게 통역을 부탁하였다. 그의 아내에겐 네덜란드로 입양된 여동생이 한 명 있고 이번에 벨기에 남자친구와 함께 한국에 온다 하였다. 방송이나 신문 등을 통해서만 접했던 이런 일이 바로 내 주변에서 일어난다는 게 조금 낯설었다. 기꺼이 나는 며칠 동안 그 쪽 식구들과 동행하며 통역사 노릇을 했다. 사전에 들은 얘기가 있어 분위기가 어떻게 돌아갈지 만나기 전엔 내심 걱정이었다. 다행히 그들이 만나는 날 어떤 격양된 감정의 교환 같은 것은 없었고, 보다는 부드러운 화해가 이루어진 것 같아 안도감이 들었다. 함께 식사를 하고 차와 술을 마시고 노래방과 나이트 클럽에 가고 순창의 강천산에 다녀왔다.
이러한 만남에서 나의 보조적 역할은 작지 않다는 의식을 계속 상기했다. 그들 각자의 입장을 헤아리고 서로 간의 이해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우선이었다. 이번 만남으로 쌓여 있던 감정의 앙금을 말끔히 털어냈다고 말하긴 이를 것이다. 그 입양된 여동생은 내가 가늠할 수 없는 자신의 상처를 애써 그녀의 아버지와 형제 자매들에게 내색하지 않으려 하였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든든한 보호자와 같이 그녀가 정서적인 안정감을 잃지 않도록 섬세하게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우 젠틀하고 유머러스했다. 그 또한 하나의 가교였다.
한편으로 떨어져 있던 혈연끼리의 감정 전달은 일단 만나고, 보고, 만져보며 느끼는 것에서 시작했던 거 같다. 즉,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다가 가는가에 따라, 말 이전의 분위기와 태도의 감지에 따라, 화해의 가능성은 이미 가까이 있었던 게 아닐까하는 내 생각이다. 첫 대면에서 죄인된 심정으로 자신이 잘못했다 말하는 아버지에게 딸은 자신을 보낸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커플은 지금 제주도에서 안식을 취하고 있고 곧 부산과 보성에서 며칠을 머문 후 마지막엔 서울을 둘러 보고 자기 나라로 돌아간다고 하였다. 2년 후에 식구들과 나에게 벨기에로 한 번 놀러 올 것을 권유했다. 아마도 가기 전 식구들끼린 한번 더 모일지도 모르겠다. 서울에서.
나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러한 어렵고 미묘한 자리에서 다른 문화권에서 자란 그들 사이의 말을 전달하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고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땐 나도 고마웠다. 그리고 순창이라는 동네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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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ter Bamiyan By Gary Sny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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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이했다. 일단 어디 좀 다녀올까 생각 중이다. 군 생활을 했던 장흥을 스무 해 만에 찾아갈까 몇 번을 고민했다. 그냥 마음이 그리로 간다. 그리고 강진이나 해남을 들러 목포를 찍고 돌아올까나.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신경숙의 표절 관련 여러 글들을 접했다. 난 그녀의 작품 세계에 무지하지만 자신의 잘못에 대한 책임의 자세는 있어야 한다. 경향신문의 인터뷰는 실망스럽다. 그런데 이번에도 경향이군.
--며칠 전 성주와 국문학 박사인 그의 아내와 함께 술을 먹다 신경숙과 더불어 예술의 독창성에 대한 얘기가 오고 갔다. 성주의 얘기는 최민수의 얘기와 비슷했다. 음악을 내가 만들었다기 보다는 그것이 나에게 찾아왔다라는 식의 논리로 글을 쓰는 것도 그럴 수 있지 않을까라는...뮤즈 여신이 장난을 친다는 말이더냐. 의도적일진데 그건 아니라고 말했다.
--문학동네에서 펴낸 황석영의 한국문학 대표 단편 선집을 훑어 보았다. 이문구에 대한 평이 인상 깊었다. "아, 어찌 인간 이문구를 다 말하랴" 두번이나 반복하면서 그에 대한 동료애를 숨기지 않았다. 사진으로 늙은 황석영의 모습을 보니 내가 짠하다.
--늙음과 죽음을 생각한다. 부실해진 치아로 인해.
--작년 여름에 <<토지>>를 읽었다. 몇 부분 발췌해서 음미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는데 다시 들춰보기가 귀찮다. 무엇 때문에 들고 일어서는가라는 최치수의 힐난에 이동진의, "이 산하 때문이라" 는 대목은 분명 이념의 틀을 넘어선 것이라 여겨졌다. 올 여름엔 일단 김훈을 골랐는데 <<칼의 노래>>는 그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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