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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6.06 막내의 결혼
- 2016.03.03 엄마의 음식
- 2016.01.22 기억 하나
- 2016.01.20 많이 듣는 질문 하나
5월 마지막 토요일에 우리집 막둥이가 결혼했다.
며칠 전 부터 기분이 묘했다. 내가 부모도 아닌데 뭔가 섭섭한 느낌이 든건 무슨 까닭인지...
제대로 제수씨 되는 사람과 대화해본 적이 없어 결혼식장에서 간단히 인사를 나눴으나 아직은 남같다.
그 어린 애가 부쩍 큰 어른이 되어 결혼한다는 게 대견해 보이기도 하고 여러 모로 실감이 안났다.
아, 물론 장남으로서 식장에서 조금 잔소리 들을 각오는 돼 있었고 뭐, 그럭저럭 잘 넘어갔다.
간만에 여러 친척들을, 그러니까 외가와 친가 쪽 사람들을 동시에 보고 인사하는 것도 조금 신기했다.
사촌 형제들 중엔 혼기가 꽤 찼는데도 결혼 하지 않은 이들이 좀 있다. 난 못하는 편에 가깝고 그들은 안하는 편이 아닐까 제멋대로 생각해 본다.
여하튼, 동생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더 즐거운 삶을 살길 바란다.
놀라웠던 일은 엄마의 화장한 모습을 내가 여태껏 처음 본 것이다.
처음엔 누군지 몰라 봤다. 머리를 손보고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모습에 어떤 기품을 느꼈다.
우리 엄마가 그리 미인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조금 생각을 달리 하게 됐다.
아버지랑 결혼식때 화장하고 40여년이 지나서 화장을 다시 한 것이라 하니 조금 허무한 느낌마저 들었다.
엄마의 삶은 무엇일까.
점심에 엄마랑 소머리국밥을 먹었다. 별로 내키지 않는데 엄마는 한사코 그 식당 깍두기가 맛있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혼자 가긴 뭐하니 그러자는 것이기도 했다. 요샌 고기가 그다지 맛있다고 생각치 않는데-- 물론 생선은 제외이지만-- 더군다나 소머라라니, 나는 영 질색이었다. 나온 음식은 그냥 먹을만했다. 뿌연 국물에 저민 고기가 올라왔다. 설렁탕 맛과 크게 다른 게 없었다. 먹다가 엄마가 흘러가는 투로 예전 외할머니가 어느 잔치날에 소머리를 사와 푹 고와먹었다는 말을 했다. 그 때 번득, 엄마가 할머니를 그리워하고 그 때의 음식을 생각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근처 커피숍 엔젤리너스에 논문 쓰러 종종 간다. 여자들이 왜 애용하는지 최근에 알았으니, 그곳에 따로 흡연실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아직 여성들이 밖에서 담배를 피지 못하는 분위기다. 뭐 이래...
바둑은 정말 마성의 놀이다. 그 지극한 오묘함을 얼핏 눈치는 챘지만, 이젠 조금 줄여야겠다. 더불어 담배도.
얼마 전 철학과 교수가 된 어느 선배와 얘길 나누다 든 생각, 의외로 용감무식하다.
이번 학기 강의를 배정받지 않았다. 이젠 진정한 백수가 되었다. 집에 조금 미안하긴 하다.
광양매화를 보러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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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께였나, 수송동 스타벅스에서 자판을 두드리다 김정*를 본 거 같다.
뭐, 잘못 봤을 수도 있고...
제일 예뻤고 교회 피아노 반주를 잘했다.
그녀의 아버지 이름이 내 친한 동무 이름과 같은 줄은 나중에 알았지만, 한 번은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는데, 걔가 날 의아하게 쳐다보길래,나도 의아하게 같이 쳐다 본 적이 있었다.
어째 그녀와는 고등부까지 주일학교에서 한 번도 같은 반이 되어 본 적이 없는지 지금 생각해도 의아하다.
군산에 눈이 많이 내렸다.
눈이 내리면 마냥 좋아했다.
다시 그 마음이 생긴다. 아니, 그게 아니라, 생길려고 한다.
산타 로사 커피집에서 큰 유리창으로 은파 주변 바깥 눈구경을 하며 차를 마시면 참 호사한다는 기분이 든다.
눈길을 헤치고 버스 정류장에서 신고사 외갓집을 향해 엄마랑 같이 걷던 기억이 난다.
할머니와 막내 쌍(둥)이 이모 둘이 있었다.
뭔가 찐 것을 먹으며 테레비를 보고 있었다. 고구마였나.
총총히 볼일을 보고 서둘러 나오는데 조금 서운했다.
당시 엄마는 오래 머물지 못했다.
저녁 무렵이어서 서둘러 군산에 돌아가야 했지만, 이모들이 그 땐 조금 얄미웠다.
인터넷으로 영화 <<대호>>를 반 쯤 보다 나머지 반은 대충 짐작이 갈 듯하여 보다 말았다.
혹한의 겨울산은 조금 정이 안간다.
호랑이야, 네가 무슨 죄가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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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듣는 질문 하나
"얼른 논문 마치고 교수되어야지. 대학원 가고 유학 간 것도 교수 되려는 거 아니었어?"
이런 생각, 이런 질문을 하는 주변 사람이 꽤 있다. 걱정해 줘서 고맙긴 한데,
예수 믿으니까 천국가는 거지, 천국 가려고 예수 믿는 게 아닌 것처럼,
그러니까 예수의 삶과 그의 신념에 대한 지지가 내 신앙적 기초가 되어야 하는 것처럼,
공부가 좋아서 한 게 먼저였다.
목적이 무엇인지 좀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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