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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02.20 고도를 기다리며
- 2006.02.02 an sich und fur sich 2
- 2006.01.30 스산
아직 연락이 오지 않는다.
매일 기다리는 연락들이 있다.메일을 열어보고 전화를 기다리고 우체통을 뒤적거린다.
언제쯤, 누구에게서 올까?
누굴 떠나보낸 것은 아니다. 내가 떠나기 위해 나를 불러주길 기다리는 것이다.
기다리는 대상은 각기 다르고 내가 취할 행동도 부름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이렇게 기다리는 것이다.
아니다. 나도 준비를 해야 한다. 나를 불러줄 그들을 위해 나도 뭔가 일을 해야 한다.
넋놓고 있을 때가 아니란 걸 잘 안다.
[북두신권]이라는 만화가떠오른다. 다다미 방에몇 명의 남자가 부름을받기 위해 정좌한 모습이인상적이었다.
문풍지로 비치는 빛에 따라 그들의 실루엣이 그려지고 그 말없는 침묵의 고요함에 비장미랄까, 엄숙미가 있었다.
일본얘들은 그런 걸 좋아하나 보다. [무사 쥬베이]에서 그런 포즈를 또 한번 보았는데, 박력이 있었다. 기다림의 미학이랄까나.
일상의 단조로움이 거의 체질화되었지만, 이 무기력에서 탈출해야 한다. 요샌 조금 나아졌다. 기다림의 미학? 무슨 얼어죽을...
길을 찾아야 한다.
[만다라]의 화두. 병속에 갇혀 있는 새를죽이지 않고서 어떻게꺼낼 것인가. 새는 별 생각 없는데, 왜 네들이 날꺼내려고 애쓰냐고 그 새가 화를 낼 수도 있다.새는 병에 있기 땜에 새지, 이 새대가리 같으니라고.
실존이냐탈존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머리로는 대충 이해가간다. 그런데 정작 어떻게 살라는 얘기냐...
에잇, 빨리 면허나 따야지. 잘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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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sich und fur sich
몇몇이 날A 형으로 짐작했나 보다 . 나 O형이오 그럼, 에?의외라는 반응을 보인다. 이유? 소심해보여서 그랬다나
내가 소심한가? 얼만큼 그러하다, 어느 측면에서, 특히 연애면에서.
다른 면에서 내가 소심하다는 생각은 안해봤다. 그렇다면 그들은 나의 연애사에관심, 혹은 못마땅함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하긴 그런 말 하는 이들이 내 또래 무렵의 젊은 얘들이었으니,,,
날 온전히 알고 말하는 것은 그들이 아니다.
그래도,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할 기회는 몇 번 있었던 것 같으나 입으로 내뱉은 적은 없다. 무척 아쉽다(고 여기고 싶다)
우습게도 "사랑한다"는 말이 원래는 문법에 안맞는 말이라는 걸 기억한다. 고것때매말을 못해? 남들이 웃겠다. 물론 사실은 아니다.
그런데 그게 왜 떠오르지? 사랑은 명사이고 본 우리말은 "반했다"가 맞는 말이라고 어떤 늙으신 국어학자가 말했다.
강박관념이 조금 있긴 하여 그런 생각이 떠오르는 걸까? 그러나 내 판단으로,
그런 말을 하는게 약간 억지스러웠던 것이다. 낯간지럽기보다는 뭔가 그 감정을 사랑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게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든다.
예전에 안그러시던 어머니가 요즘 집에 내려가면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씀을 되뇌이신다. 처음엔 좀 낯설었다.
표현이중요하다고 생각을 바꾸신 것일까? 자식 사랑하는 맘을 내가 모른다고 생각치는 않으실텐데, 그럼 뭔가 당신의 말씀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 일으키길 바라는 것일까?객지에 오래 나가 있는 나를 간간이 보시다 보니 그렇게라도 확인을 하시려는 것일까? 이미지 하나.김제역에서 새벽녘 나를 배웅 나오시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기차가 떠날때까지 이쪽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던 그 때.
좀 반듯하게 자란 위인임이 틀림없으니, 난 일탈을 해 본 경험이 별로 없다.
장남인 까닭도 있겠고, 어려서 세례를 받고 크리스찬 가정 하에서 자란 경험이 클 터이다.
그래도 신의 존재는 자꾸만 의심스러웠다. 난 그런 의심을 하는 나 자신의 신앙심을 반성해야 할 필요가 없었어야만 했다.
내가 위선 떠는 교인들과는 뭔가 좀 다르다는 생각은 했다.
물론 거기에 반발 심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군대 가기 전 집에서 보란듯이 담배를 피웠다.그땐 울분과 서글픔이 그 연기에 베어 있었다.
시간이 꽤 흘렀다. 몸이 먼저 그 사실을느낀다.
세상 사리를 어느 정도 익혔으니 뭔가 일을 하고 싶기도 하다.
유학이 아니라면 길이 없다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 난 여기저기 쏘다녔다. 아침 여덟시에 지하철을 매일 타야는 하는 서울 시민들.
천재를 존중한다. 상식을 인정한다.
나이가 들면서 그런 건지 잘 모르지만정의감이 생기는 거 같다. 좀 감상적으로 되기도 하고.
난 왜 여기에 이런 글을 써야 하는지, 왜 남들은 이런 걸 적고 꾸미느라고 시간을 쏟아 붇는지는 이해는 하지만 따라하고자 하는 맘은 없었다. 지금도 조금은 그런 생각을 한다.
기억은 중요하다. 날 지탱하는 것이니. 들판, 어머니, 외가, 교회, 첫사랑, 라일락 꽃내음, 그리고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어떤냄새 몇가지...
후줄근한 어느 시장 뒷골목과 다를 바 없건만 마치 꿈 속에서나 볼 것같은 저 그림.
축축한 길바닥, 그 위에 비치는 네온등과 상점의 전등 불빛, 아, 비가 오고 있군.
단지 그 사람의 느낌이 어떠할 지 짐작은 해 볼 수 있어. 말로 다하지 못해 아쉽군.
좀 센티멘탈하지 않아?
그래도 난 가끔이런 게 좋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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