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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6.06.07 ! 2
  3. 2006.05.27 새 술은 새 부대에 2
  4. 2006.05.17 스승의 날은 지났지만 4

그리움

나같은 촌놈은 고향에 대한 애착이 강할 수밖에 없나보다. 한달도 못되어 향수병이 도지기 시작했고 그립고 보고 싶은 사람들 얼굴이 연달아 내 몽상과 꿈에 나타났다. 부모 형제들은물론이고 다른 인연이 있었던 그 모든 사람들을 하나 둘 떠올리기 시작하였다. 내가 좋아했던 여인이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생각해보기도 한다. 이제 아이엄마가 되어 있을수도 있고, 한국이 아닌 곳에 다른 일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부질없는 짓임을 알지만, 나의 이런 몽상은뭉게구름처럼 종종 왔다가 사라져간다.시간이 지난지 오래인데 왜 아직도 이 모양인가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몇년간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지금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셈하여본 그 세월의 흐름에 벌써 내가 원통하게 생각하는 것은내 부모님의 늙음이다.

공부를 더 많이 해서 뭘하나 하는 회의도 가끔 든다.지식의 욕구를 채우는 것은 한이 없는 일일 것이다.무한한형벌이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의 삶이 떠올라진다. 소박하게 사는 삶의 기쁨을 상상하며... 생존하기 위해 공부하는 건 괴롭다.여기서 공부량이 많아진 건 사실이고 몸은 힘들어졌다. 그러나 정신적인 긴장감, 혹은 절박감을 주지는 않는다. 난 아직도 느긋하다. 왜 그럴까? 내가 네오처럼 아카데미라는 체계의 매트릭스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인가.프로그램에 어떤 강제성이 느껴진다.

선생님의 권유로 읽게 된Hillis Miller의 [On Literature]를 봐도, 아카데미는모든 것을 담지 못한다. 체계의 마스터가 되지도 않고 이런 소릴 한다고 나무랄지 모르겠으나(난 마스터는 땄다), 인생과 학문은 결단코 다른 것이다.끌려가는 공부가 되지 않으려고 한다. 나를 위한 공부, 말 그대로 위기지학을 위하여.

가상의 공간....조지 엘리엇을 읽노라니 그녀가램프를 켜놓고 책상 앞에 앉아글을 쓰는 모습이 그려진다.

어서 빨리 논문써서 졸업하고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금 초탈할 필요가 있다. 관조할 필요가 있다.

새학기가 시작하였으므로 교수와 동료들 앞에서, 강의실과 만찬자리에서, 나의 관심사항과 앞으로 공부할주제를 말할 기회가 몇번 있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입학지원서에 낸 학업계획서를 떠올리며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조금씩 다른 것을 말하였지만, 그 조금씩의 다름에 약간 혼란스런 기분이 들기도 하였다. 정말 내가 공부하려는 것이 무엇이 될까.

오늘도 교회에 갔다. 이경호, 김지연 부부였나, 여기 공부를 마치고 다시 한국에 돌아가신학공부를 한다고 들었다. 3년 세월이 30년처럼 느껴졌다고.헌금송을 부르면서 둘 다 눈물을흘렸다. 남편은 목이 메어 목소리가 모기만해졌고, 부인은 찬송가로 얼굴을 가렸다.끝난 후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따뜻하게 들렸다.교회에서 부인과 함께 반주를 나눠 맡았던 지휘자 아줌마가 그들의 노래에 반주를 하면서 울먹이는 모습을 보니 나도 역시 숙연해지고 눈가가 젖어왔다. 떠나는 이웃이자 동료 반주자에 대한 작별의 아쉬움이 내게도 전해져왔다. 진정으로 이곳에서 내가인간 관계의 따뜻함을 느끼는 것은 학교 사람들보다 교회사람들에게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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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ceremony of innocence is drowned;

The best lack all conviction, while the worst

Are full of passionate intensity

from "the Second Coming" by W.B. Yeats

---

somewhat consevative, obscure and even mysterious, but thoughtful as well, to hear with serious mind...

忠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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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은 새 부대에

앞으로 살 방을 알아보는데 선배형이 핀잔을 줬다. 너무 느긋하다고. 그래서방없으면 우짤래~적당히 기민하게, 편하게 사시는 분이라 별 말하고 싶지 않지만 못구하면 다른 방 구하면되는 거지 왜 남 성격까지 뭐라는지은근히부아가 났다.

지금까지 도와준 거 생각해서 참자. 그러고보니 이글 쓰면서 덕본게 여럿이란 생각이 떠올라 내가 잘못한거 같다. 그냥 이런 사람이 있겠다.맘은 진심으로 도와주려 하면서 겉으로는 떽떽 거리는 거, 아니 도와줘긴 해야겠는데 상대 편이 영 시원찮게 나오면 약간 성질 내는거, 뭐 그런 거겠지?

이렇게 비가 오면서 봄날은 가는구나. 사실 방 구하기도 귀찮고 짐꾸리기도 아직 하기 싫다. 마지막 발악을 하자는 건 아니다.

그냥 난이렇다.

지난 주와 이번 주는 예전에 사다놓고 안본 책들이 아까워 여러날을 죽치고 앉아 이것 저것 집어 들고 가끔 술도 마시고 당구도 치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덕분에 얼굴도 좀 부은 거 같다. 그래도상훈이의 추천으로 청학동에서 맛본 동태찌개는 돈이 아깝지 않았다. 오, 신선하고,양도 듬뿍이었지. 고심끝에 황현산 선생이 번역한 말라르메 시집-poesie-도 사버리고 말았다.일생을 한가지에 바친 사람에게 경의를 보내야한다는 심정으로, 그리고 열심히 공들인 역자의 노고를아끼기 위해서라도.

맑시스트의 서적을 읽으면 가끔 차렷자세가 되는 느낌.

장백에서 누군가 알튀세를 사가는 걸 보고주인 아저씨가 이런 책 보는 사람이 아직 있네라는 말이 기억난다만 , [아미엥에서의 주장], 그니까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그 마지막 글에서 약간 감동 먹었다. passion, 열정과 수난의 느낌이 동시에 다가온다. 왜 정신착란에 빠졌을까? 사진 보면 눈이 잠을 한숨도 못잔 사람 마냥 푹 꺼져있다.

제목을 왜 "새 술은 새 부대에"로적었을까.앞일 앞두고 폼내러?무심코함석헌 선생의 글을 읽다가 저 말을 지나치긴 했다.그런 경우가 있다. 아무 이유없이 어떤 소리가, 불특정한 글귀가주위를맴맴 돌 때. 술 가져와봐

그래도 난 이제 짐을싸야 한다.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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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은 지났지만

지난 주 금요일, 간만에 선생님을 만나뵈었다.

생각보다 적은 수의 사람들이 모였지만차라리 잘 됐다 싶었다.많은 얘기를 주고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날 사온 음반을 드렸고, 흡족해 하시는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았다.요요마의 모리꼬네 연주 그리고 이윤정의 french sonata오보에 연주 음반을 골랐다.

일부러 선생님을 앞에 두고 술을 많이 마셨다. 상대적으로.

아니, 일부러 그랬다기 보다 사람들이 원체 술을 안마시더군, 그래서 난 뭐 제낄거 없이 맘대로 옆에 있는 연식이한테술을 달라고 하였고, 의외로 선생님도 소주잔을 거푸 비우셨다. 밥을 드실 때는 숟갈에 얹은 밥을 된장 찌개에 담갔다가 입에서 거의 씹지도 않고 삼키시는 거 같았다. 얘길 하는 중이셨기 때문이었나...

여학우들의 얌전 떠는 모습은 이제 뭐 새로울 것도 없이 지겹지만, 몇 년 차이-그러고 보니 대학원 온지 4년이 지났다- 신입후배들의 그 무덤덤한 썰렁함, 참 여전히재미없데. 다들 선생님이 어려운지 바로 앞에 앉는 걸 피하는데, 나도 전엔 그랬지만 이젠 약간 넉살이 늘어서 사양치 않았다.

그래도 남자가 별로 없는 마당에 나라도 선생님과 취하고 싶었던 터였다.

하나 둘 다 간 후 선생님이랑정문 앞술집에 남아 오랫동안 이 얘기 저 얘기유쾌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기분이 말그대로up됐다.얼마만에 누리는 선생님과의 대작이던가. 옆에 연식이만이 남아 있었다. 성심성의.

평소에 우리에게 존대를 하시던분도조금 취하시면 가끔 영현이~이럴 때가 있다. 되려낯설더군요.

몽떼뉴, 야나기 무네요시, 70년대 후반의 학교분위기, 문학의 문학다움, 헨리 제임스, 기싱, 동기 분의 가공할 주량, 내 나이의 많음에 대한 놀람, 결혼, 산타페, 아리조나, 한인교회와 미국교회, 잡채, 사마리안 정신, 김우창 선생님, 지도교수였던 Reynolds와 얽힌 회고, 한양 조씨, 살아남은 자의 슬픔과 영화비슷한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공항에서 길 잃을까 걱정됩니다" "비행기의 단점은 잘못 타도 중간에 내릴 수가 없어요"

안식년인데 제대로 쉬시지 못해 안스럽다.내가 대학원2학기때 무리하신 탓으로 눈이 거의 실명 될 뻔한 적도 있었다. 그 때 수업도 중간에 그만 두셨다. 루시디는 그 때 우리끼리 읽고수업했다.서울대 병원에 계셔서 찾아 갔다. 난 병원을 싫어한다. 아버지의길었던 병실 생활도 떠오른다. 눈에는 당근-비타민A가 좋다는 예전 교과서 지식이 떠올라서-이 좋을 거 같아, 당근 쥬스 한 상자를 들고 갔더랬다. 몽고 사람들이 눈이 좋다고, 초원을 바라보니 그런 거라고, 안식년이 되시면 몽고에 가보시라고,지금 생각해도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안갈 그런 말을 해드렸다. 간혹 그 분이 몽고를 말씀하신다.

건강하세요.

집에 돌아오면서 왜그랬는지, 아마 기분이 좋았는지 간간히 소리를질렀다. 이요~호~오~ 이유~휴~우~ 참 드문 현상이다, 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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