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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18 빠리를 보다
  2. 2009.07.07 지금은 런던 2
  3. 2009.06.27 황현산-- [모자 쓴 사람은 누구인가]
  4. 2009.06.27 이사 가는 날

빠리를 보다

프랑스에서 머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영국에서 독일로 가는 행선지의 중간 기점으로 파리를 잠깐 구경하고 가려했기에 나흘 밖에 머물지 않았다. 그러나 그 나흘은 너무나 짧았다.

드골 공항에서버스를 타고 오페라 하우스에 내려 지하철을 타고 예약한 민박집에 찾아가 짐을 풀고 밥을 먹기전 근처를 산보했다.보다는 라파에트 거리에서 지도 보고 헤매였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러다가 생드니 역 근처에서 흑인들을 상대하는여러 가발가게가 있는 곳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저들의 생김새는 미국의 흑인들과 사뭇 달랐다.민박집 아주머니 말씀으로 그들에게 편견을 갖을 필요는 없다고.저녁엔 상젤리제 거리를 걷고 개선문과 에펠탑을 마주하게 되었다.여러 매체로 자주 접한 저 유명한 건물이나 예술품들을 직접 보고, 사진을 찍어 다시 이렇게 기억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옛 선인들이 젊어서 자신이 여행한 곳을 그림으로 그려 나중에그곳에 가볼 수 없게 될 때 그 그림으로 대신한다는 말을 들었지만여행을 끝낸 지금도 언젠가 다시 한번 들러 조금오래있고픈 마음이 든다.단, 그러기 위해선 불어 공부를 더 할 필요가 있다.

사실 빠리는 어려서부터 동경의 도시였다.



[퐁뇌프의 연인들]이란 영화를 고등학교때 본 적이 있지만 무슨 영화인지 이해하지는 못했다. 아무튼 그래도 근처에 있길래 찾아간 다리 주변에는한 무리의 아이들이쭈그려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신선하고 산뜻한 풍경을 보면 눈이 맑아지는 것 같다. 베르사유 궁전의 뒷 뜰 정원이 그런 면에서 압도적이었던 듯 싶다.달리 좋았던 것은 그곳에 가려고 버스를 타다가 보게 된 도로의키 높은 가로수였다. 참 잘 가꾸어 놓았더군.그리고 시간이 하루만 더 있었다면 나도 저 뤽상부르 공원에서 도시락 싸들고 나와 책 한권 펼쳐들고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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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런던

영국에 온지 닷새가 지났다. 세필드에서 발표를 마치고 어제 런던에 도착해서 민박집에 머물러 있다. 재영이 형도 그렇지만 예전 안동 비평학회에서 뵌 안중은 선생님이 여기에 계실 줄이야.

서주연이란 유학생의 연주를St. MargaretChurch에서 무료로듣게 된 건 행운이었다. 바로 코앞에서 들은 카르멘 판타지 연주는 말 그대로 환상적.그리고 national gallery에서 몇 점 안되는 고흐 그림을 보고감동을 받다. 짧은 일정상 먼 데를 일부러 찾아가서 보지는 않을 거 같고, 맑스와 조지 엘리엇이 묻혀 있다는 Highgate Cemetery나 가볼까 생각중, 물론 박물관 가는 것도 좋긴한데 그보단그냥 걸어다니면서 이것 저것 얻어 걸리는 재미가 더 좋다.물가는 가히 세계 최고가 아닐까 한다. 같이 발표한 일본인 교수가 작년엔 이보다 더했다고. 다음 일정에서인터넷을 쓸 기회가 있으면 또 올리도록 한다.



피카딜리 거리 광장 앞 에로스 상에서

그리고 블레이크가 태어났다는 곳에서 사진을 찍었는데, 근처에 게이바와 섹스샵을 지나치게 되었다, 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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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산-- [모자 쓴 사람은 누구인가]

조금 엉뚱한 얘기지만 가령 이런 게 있다. 예전 아이 큐 테스트에서 버스에 타고 내린 사람을 모두 계산하여 버스에 몇명이 있는가 라는질문이 있었는데, 당시 기사 아저씨를 포함시켜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던 기억....

---------------------------------------------------------------------------------[한겨레 신문에 실린 예전 글]

벌써 오래된 이야기고, 따라서 그만큼 진부한 이야기이기도 한데, 초·중·고생들의 ‘웃기는 답안지’가 이런저런 인터넷 사이트에 떠돈 적이 있다. 질문자의 의도를 잘못 파악하여 엉뚱한 답을 쓰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희극적인 효과를 얻게 된 답안지들이다. 그 가운데서 어느 초등학교 일학년 학생의 답안지는 그저 웃고 넘길 수만은 없는 어떤 것을 담고 있다.

황소가 손에 거울을 들고 제 얼굴을 비춰 보는 그림 아래 “황소가 □□□ 봅니다”라고 적혀 있다. 문제는 이 네모 칸을 채워 넣는 것이고, 정답은 물론 ‘거울을’이다. 그런데 어린 학생은 “미쳤나”라고 썼다. 이 답은 문제를 낸 선생의 의도와 동떨어진 것이지만, 그것을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학생은 문제의 조건에 어긋나지 않게 적절한 문장을 만들어 내었다. ‘미쳤나’를 쓸 수 있는 학생이 ‘거울을’을 쓰지 못할 리가 없으며, 그가 그림 속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도 없다. 게다가 이 어린 학생은 동사 ‘보다’의 용법을 폭넓게 알고 있다. 교사의 입장에서는 야속한 일일 수도 있겠으나, 학생은 다만 어른들이 기대하는 ‘동심의 유희’를 눈치채지 못했거나, 거기 참여하려 하지 않았을 뿐이다. 이것이 그에게 불이익을 주어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비슷한 경우가 하나 더 있다. 유아용 학습지 업체에서는 방문교사들을 내보내 아직 학교에 들어가지 않은 어린이들의 적성이나 학습능력을 무료로 검사해 준다. 학습지 판로를 개척하는 한 방법이다. 내가 아는 어느 젊은 엄마가 이 방문교사들을 맞아들여 네 살 난 아이의 능력을 검사하게 했다. 아이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그 내용을 얼마만큼 이해했는지 알아내는 시험이다. 아이는 시험지옥의 첫 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지만, 엄마는 오히려 아이를 대견하게 여겼다. 그 실상은 대체로 이런 것이었다. 책을 읽는 사람과 모자를 쓴 사람과 낚시질을 하는 사람을 함께 그린 그림이 있다. 문제는 “이 그림에서 모자를 쓴 사람은 누구인가”를 알아내는 것이고, 요구하는 답은 그 모자 쓴 사람의 그림을 손가락으로 짚으며 ‘이 사람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벌써 한글을 읽고 쓸 줄 알며, 간단한 셈도 곧잘 해내는 이 아이가 모자 쓴 사람을 못 알아볼 수는 없다. 그러나 아이는 매우 난감한 얼굴을 하더니 이렇게 되물었다. “내가 어떻게 모자 쓴 사람의 이름을 알겠어요?”

이렇게 반문하는 아이의 생각은 질문자들의 요구 수준을 훨씬 넘어선 것이지만, 방문교사는 그 점을 인정하면서도 높이 평가하려 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또는 학교가 요구하는 학습능력은 모자 쓴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수준의 능력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학교교육의 코드를 알아차리는 ‘눈치’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의 생각이나 의문이 아니라 이미 정해져 있는 문제와 대답의 각본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토론식 수업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학생이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코드는 토론되는 것이 아니라 규정되는 것이고, 각본에는 질문이 끼어들 틈이 없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더 큰 문제는 틀림없이 외국의 학습지에서 번역했을 저 질문의 말 자체에 있다. 방문교사는 “모자를 쓴 사람은 누구인가요?”라고 물을 것이 아니라 “어느 사람이 모자를 쓰고 있나요?”라거나, 최소한 “누가 모자를 쓰고 있나요?”라고 물었어야 한다. 코드의 바탕 자체가 문제라는 이야기다. 잘못된 코드는 잘못된 그만큼 더 강압적이다. 삶의 진실과 따로 노는 코드는 결코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

황현산 고려대 불문과 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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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는 날

지금 자정이 넘었으니 오늘 이사를 가게 된다.

짐꾸리는 일이 더디다. 어쩐지 다른 데로 간다는 게 기분이 별로다.

여기서 3년을 살았고 옮기는 곳은 이 곳보다 학교에서 좀 더 먼 곳에 있다.

사실 이사가는 게 어지간히 신경쓰이는 일이다.

짐을 챙기다가 옛날 일기장을 만지작 거렸다. 집에 두고 오면 가족들이 다 훑어 볼 게 뻔하기에 가져왔다. 실로 오랜 만에 다시 본다. 군대 가서 다시 쓰기 시작한 일기는 복학하고 드문드문하다가 3학년 무렵에 끝나 있다. 읽어도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 일도 있고, 바로 어제 일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일도 있다. 그 당시 내가 따르던선배와서먹해져 아쉬운 감정은 지금까지 이어져 온다. Hotel California나 Creep 같은 팝송 가사가 적힌 걸보면 피식 웃움이나온다.당시 내가 대학원을 가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진로에 대한 고민도 보인다. 새삼 느끼는 바지만 역시나 나는 누군가를 그리워했고 우울했고 인내해야 했다. 좀 감상적이지?

무엇보다 아득한 느낌이 밀려온다. 아, 20대 초반의 나는 얼마나 멀리 있는가.스물 여덟쯤이었나. 전날 과음하고 일어나려는데 내 몸이 이상했다. 그때 처음 내 젊음의 변화를 감지한 거 같다.

다음 주 수요일 영국에 학회 발표하러 갔다가 영우형 보러 독일에 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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