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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3.04 정신과 물질 2
  2. 2009.01.20 epiphany 4
  3. 2009.01.09 잡담 7
  4. 2008.12.16 한국 방문 그리고 1

정신과 물질

세미나를 끝내고 잡담을 하다가역사학과 교수가요즘 자기 과에 대학원 가려는 학생이 별로 없다는 얘길 했다.졸업을 해도 자리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교수들 스스로 그리적극적으로 추천을 하기엔 머뭇거린다는 말도 했다. 그런 사정을 들으니자연스레 한국의 상황이비교됐다. 내가 직접 그런 소릴듣지는 못했지만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어떤 선배한테 대뜸 집에 돈 많냐고 물었다던, 지금은 은퇴한모교수가 떠오른다.당신 같은 속물은 글러먹었다고 단정지었지만, 그것도 일종의조언일 수 있고,혹은 교수 사회 현실에대한냉소적 표현일 수는 있겠단 생각이든다.그러나 길이 없으면 뜻도 없어지지 않을까?

예전길수 형이랑 자주 술먹을 때 얘기지만 형은 한 달에 60만원만 있으면 평생 공부할 수 있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대화는 설교조로 길어지기 시작한다.열악한 현실에 순응하는 자기 위안일 수도 있었다.유가 철학에서도성리학을공부하는 사람으로 조금 세상물정 모른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자신감에진정성과 진지함이 깃든 것은 분명했다. 형 스스로 안빈낙도의 삶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게바람직하고 말하지도 않았다.하지만어떤 경직된 태도가 느껴졌고,주희같은 이가 어떻게 생을 마감했는지 예를 들면, 그래서 형이 주희같은 사람이 되려냐고 묻고 싶기도 했다. 왜이런레퍼토리가 시작됐는지 정확한 기억은 안나는데, 내가대학원생의 불안정한 삶에조금 푸념을 했던 거 같기도 하다.또 시작했네,그러면서도 철학을 공부하는 사람 특유의 어떤 종교적 신념에 가까운 열정에서 저런 말을 할 수 있겠거니 생각했다.근데형같이 술 좋아하는 사람에게 60만원은 조금 박한 거 같네.

돈도 없는 사람이 퍽이나 술을 좋아해서 옷도 변변치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알코올에 니코틴 중독자 아니었나 싶다. 형의 논문주제이자 삶의 관심사였던 마음의 쓰임에 대해 요즘 여러 생각이 든다. 일이든 사람이든정성을 꾸준히 다하는 일이 쉽지 않기에 그런다. 하루에도 얼마나 나의 마음은 여러번 변하는가. 그리고 얼마나 나의 일에 충실한가, 자책 비슷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글쎄, 나보고 넌 얼마주면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선주선배 말대로 그거보단 조금 많았으면 좋겠다, 인간적으로...

지금은 프릴림 시험을 8월 혹은 9월경으로 잡고 목록을 만들어 책을 계속 읽고 있다.

한 4분의 3 가량 읽은 것 같은데 그리 진도가 빠른 편은 아니다. 작품이나 이론서를 읽는 일 모두시간이 빠듯하다. 빠듯한 줄 알면서도 조금 느슨하다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마사 너스바움때문에 헨리 제임스의 말년 작인 [Golden Bowl]을 읽긴 했는데 쉽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타일이 그렇단 얘기다.지난 주엔 마이클 맥키언의 [영국 소설의 기원들]이란 두툼한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쓰려면 한 두해 작업으로는 어림없겠단 짐작이 들었다. 뭐,기원을 찾는 것도 내 일이지만 그 이후의 19세기 소설에 어떤 식으로, 어떻게 해서 변화가 일어났는가를 알아야한다. (좋은 책 있으면 추천바람)푸코의 [말과 사물]을 써먹긴 할 것 같은데 문학 얘기를 직접적으로 하진 않아서 조심스레 접근할 필요가 있다. 뭐, 재현의 문제니까맞아떨어지긴 하겠지만.

가령 이런 것이다. 19세기의 서구에피스테메의 변화에서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으로 푸코는 칸트를 지적한다. 인식의 주관적 객관성을 정립시킨 인물이므로. 그 비슷한 대비를 18세기와 19세기의 영국 소설의 리얼리즘 비교에 대입할수 있지 않겠는가. 가령조지 엘리엇의 [Adam Bede]에 나타난화자는주관화된 관점을 전경화시키지만 그것이객관성을갖는다는 것을주장한다. 지극히 칸트적이다.이런 방식은18세기의"truth"를 보여주겠다는 자신만만한 디포나메타소설적 관점을 취하면서 회의론에 빠지는 필딩의 방식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이런 비교는 마치 철학에서 데카르트와 칸트의 주체 개념이 어떻게 다른가를비교하는 것과도 같으리라.이걸 내가 건드려야 되나라는 생각에머리가 아프다.다른 한편으로 조지 엘리엇의 주관적 객관성의 관점 역시제임스에게서 비판을 받는 것으로 안다. 아직 그 아티클을 읽지 않아서뭐라 직접 말하기는 하지만.그럼 쿳시가 보는 타자와 리얼리즘의 문제를 이 연속선상에 놓는 것은 타당한가?가령소설속의 작가 코스텔로를 인터뷰하는 사람이 이런 질문을 한다. 당신이 여성인데 어떻게 남성을 묘사할 수 있는가라고 그러자 그 작가는 그래서 자신이 소설을 쓰는 거라고 답한다. 그 비슷한 질문을 리얼리즘이라는 장르 자체에 물어볼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이 물음이 근본적으로 윤리적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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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phany

샌프란시스코에 내리니 섭씨 14도, 휴스턴에 도착하니 20도. 겨울 파카를 입고 온 게 무색해지는 순간.

어쩜 속이편하군.뭔가를 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보는그곳에서나 주변의 배려, 간섭에서 멀어져서 좋다.

가족의 안녕에 계속 마음이 가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자잘하게 여기에 쓸 것 까지는 아닌 거 같다.

아, 물론 다시 내가 밥을 지어먹는다는 사실이 어째 생소하네, 허허.

좀 더 현실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겠다.

내가얼마간 이상적인 사람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런나 자신을 인정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한 사건에 의해서였다.

순간 조금 어리둥절 하긴 했는데 그 후에 든 느낌은마치시원한 바람이지나간 것 같았다. 이런게 에피파니일까? (일기가 아닌 이상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적지 못한다.)

이제 그런 뭉쳐진 마음을 풀어주자. 그리고 나 자신에게 더 몰두하길.

시차적응은 어느 정도 된 거 같고, 오전엔신발을 빨았고, 점심 먹은 뒤엔 뭘할까 잠깐 한가한 생각을 하고 있다.

오늘 이 곳은 루터 킹 목사를 기리는 휴일이고 내일은 오바마가 취임하는 날이다. CNN 뉴스를 보니오바마가 킹 목사의 연설 문구를 따라하는 모습이 나온다. 당선된 후 그의 시카고 연설을 인상 깊게 보기도 했지만--무대처럼 꾸며진 그 곳의 분위기도 일조를 하긴 하였지만--수사학에 조예가 있는 정치가인 거 같다. 아마도 내일 Glasscock center에서그의 연설을 비춰준다기에 한번 가볼까 한다.그래, 나도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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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짬짬이 고향 시립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러 요새 무슨 책이 나왔나 들여다 보곤 한다.

오세영이 그린 만화 [토지]가 그 중 눈에 들어왔는데 아직 완간은 안 된듯 하다.이 책을 보고싶은 맘은 진작 들었지만 언제 다 읽을 지 기약할 수 없어 그냥조금 보다 내려놓았다. 석영중 교수가 쓴 [도스토에프스키, 돈을 위해 펜을 들다]도 잠깐 봤는데 매우 잘 읽히고, 황석영의 [개밥바라기 별]은 그냥 앉아서 다 읽을 작정이다. 김훈의 에세이도 다 읽진 못했지만 그 중에 박경리 선생을 추억하는 글은 매우 인상적이었다.서울에 올라가선 선생님이 말한 다른 책 몇권도 더 사들였다. 사실 Prelim을 앞두고 있어이래저래 다른 책들에 신경을쓰면 안되는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그리 된다. 어떤 이는 자신이 공부를 정말 좋아하는지 아님 책을 더좋아해서 대학원 공부를 하는지 잘 알 필요가 있다고 충고 비슷한 말을 하던데,그 말이 별 시덥지 않다. 아무렴 어떠냐.아무튼, 그렇게 하다보면 내가 방학 때 읽으러 가져온 책은 저만치 치워져 있다. 그러고보니별 감흥도 없는 [Tom Jones]를완독하는데 참 긴 시간이 들었다. 이 소설이 18세기 리얼리즘에서 어떤 위치를 갖는지 더 공부해봐야 알겠지만,엔터테이너로서 스스로를 내세우니 별로 할말이 없다. 그래서18세기가 문화연구자들에게 저리도 인기가 많은 것인가? 차라리 그 시간에[토지]를 다 읽었으면 좋았겠다. 이청준도언제한번 다 읽고 싶다.작가에게도 돈은 중요하다. 그러나 나는 아직 그렇게만 말하는건 좀 위악적인거 같단 생각이 든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내가 방학동안 무슨 공부만 하는 거처럼 보이겠다. 사람 만나기도 귀찮아 이젠 빈둥 빈둥댄다. 복귀 일주일쯤 남았고 삼촌을 보러 여주에 잠깐 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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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방문 그리고

며칠 전에 텍사스에 함박눈이 내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그리고, 마침내 여기 온지 두 해가 지나고 반년을 더 보탠 후에 한국에 처음 가게 된다.

아침 일찍 출발하는터라밤을 새기로 작정하고 짬을 내 이 글을 적는 중이다.

한국 시간으로 17일 저녁에 도착할 예정이다. 휴스턴, 샌프란시스코를 들러서.

약간 가슴이 설레이긴 한데, 한편으론 나 혼자 생활하다 내 가족과 친지들의 관심 사항에 낄 생각을 하니 조금 갑갑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직업병이 도져서 책 몇권을 주섬주섬 집어넣긴 했는데, 몇권이나 읽을꼬...

친구 녀석의 말대로 금의환향은 아니고 은의환향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집안 식구들에게 줄선물들과, 가서 입을 옷을조금 챙겼다.

가서 맨 먼저 9월 이후 방치한 머리를 깎고, 목욕탕에 가서 때나 밀어야겠다.

으하하, 드디어 산다운 산을 볼 수 있겠군.

P.S.핸드폰이 없을 듯 하여 혹여 연락할 일이 있으면 여기 방명록이나 댓글, 아니면면 그냥 ryoo0909@hanmail.com으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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